17조 K-FX사업 뜨기도 전에 '구닥다리' 전락 위기

by김관용 기자
2016.03.21 06:30:00

한국형 전투기 엔진 선정 GE와 유로제트 2파전
GE는 1990년대에 개발한 구형 엔진으로 입찰
유로제트는 핵심기술 이전 약속 뒤집고 58%만 제안

KF-X 모형 [방위사업청 제공]
[이데일리 김관용·최선 기자]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사업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전투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인 엔진을 제안한 해외 방위산업 업체들이 기술 이전 약속을 번복하는가 하면 최신형 엔진이 아닌 구형 제품을 제안한 탓에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가 ‘구세대’ 전투기로 전락할 처지다. 군 내에서는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해외 방산업체들에 휘둘려 총사업비만 17조원에 달하는 KF-X사업이 첫단추부터 잘못 꿰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F-X 개발 주관사인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은 20일 KF-X에 적용할 전투기 엔진 입찰 제안서 접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KAI에 따르면 유럽계 유로제트와 미국계 제너럴일렉트릭(GE)이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유로제트는 ‘유로파이터 타이푼’에 탑재한 ‘EJ-200’을, GE는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F/A-18E/F 슈퍼 호넷’의 ‘F414-400(KI)’을 한국형 전투기 엔진으로 제안했다.

군 안팎에서는 두 회사가 내놓은 제안내용이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GE는 엔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을 이미 개발하고도, 1990년대에 개발한 기술이 적용된 구형 엔진을 KF-X 엔진으로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해 GE는 기존의 초내열 합금보다 무게는 가볍고 더 높은 온도에서 견딜 수 있는 ‘세라믹복합소재(CMC)’를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 기술을 제트엔진의 블레이드(압축기나 팬의 날개)에 적용하면 더 가볍고 연료가 적게 드는 전투기 개발이 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지금은 현역으로 뛰고 있는 전투기에 탑재된 엔진이지만 KF-X에 적용할 때는 구닥다리 엔진이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개발 일정을 감안할 때 KF-X는 16년 뒤인 2032년에야 공군에 배치할 예정이다.



GE 관계자는 “CMC 기술은 작년 말 개발됐기 때문에 실제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KF-X 사업에는 기존 F414 엔진을 제안했다”면서 “향후 업그레이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로제트는 핵심 기술을 한국에 이전할 것처럼 홍보하다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로제트는 기술 이전 비중을 58%로 최종 제안한 상태다.

유로제트 관계자는 “전적으로 기술이전에 협력하겠다는 의미였지 100% 기술이전을 약속한 적은 없다”면서 “커뮤니케이션상의 오해”라고 해명했다.

군 관계자는 “두 제품 모두 우리 군의 작전성능요구(ROC)를 충족하고는 있지만 최신 기술이 빠져 있어 아쉽다”며 “기술이전에 대한 확약과 이행여부를 감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