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韓 항공산업 이끄는 대한항공 테크센터 가보니

by성문재 기자
2014.08.03 10:00:00

민항기, 군용기, 전자보기 공장서 작업 활발
"아시아 지역 최대 군용기 정비기지 자리매김"
A320 샤크렛, B787 구조물 등 민항기사업 호조

대한항공이 설계부터 개발, 제작에 이르는 전 분야를 참여하고 있는 B787 항공기의 후방동체(AFTER BODY)가 제작이 완료된 후 엄격한 품질 검사를 진행 중인 모습. 대한항공 제공.
[부산=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한번 보면 놀랄 겁니다. 대한항공이 단순히 여객, 화물사업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 세계 유일의 항공우주 종합 항공사라는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대한항공(003490)이 지난 1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 있는 항공우주사업본부 테크센터를 공개했다. 서울에서 1시간 가량 날아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활주로 옆으로 테크센터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테크센터 공장은 크게 민항기, 군용기, 전자보기(부품)정비 공장으로 나뉜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페인트 행거’였다. 이곳에서는 민항기를 도색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디자인의 래핑 공정도 이뤄진다.

강만수 도장행거 부장은 “지난 1998년 8월 30일 시설을 갖춘 이후 총 343대가 이곳에서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며 “지금까지 24개 외국항공사로부터 도장작업을 수주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항공기들은 5~6년 주기로 도장을 새로 한다. 그러나 한여름에는 온도와 습도 조건이 도색 작업에 적합하지 않아 이날 실제 공정 과정을 지켜볼 수는 없었다. 오는 25일 새 옷을 입을 비행기가 입고된다고 강 부장은 전했다.

항공기 도장 작업은 기종에 따라 6~10일 정도 소요된다. 여기에 투입되는 페인트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B744 기종의 경우 총 800kg의 페인트가 사용되며 이로 인해 기체 무게는 360~400kg 증가한다. 인건비를 제외하고 자재비만 약 9000만원에 달한다.

대한항공 테크센터 페인트 행거의 가장 큰 자랑은 아시아 최초로 환경친화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독일 루프트한자로부터 도입한 분진분리시설(PMS) 기술을 통해 도색 품질을 높였다. 천장에서 170개의 디퓨저가 공기를 내뿜고 바닥의 베큠시스템이 이를 빨아들임으로써 공기중 먼지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페인트 행거에서 진행하는 B747-400 항공기 도색 작업 모습. 대한항공 제공.
대형 항공기 두대를 동시에 수용하는 규모를 자랑하는 민항기 중정비 공장에는 정기점검을 받기 위해 B747-400 화물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마침 정비사 3명이 날개 앞쪽 부분 ‘리딩에지플랩’을 점검중이었다.

사용주기에 따라 엔진오일이나 브레이크, 타이어 등을 검사하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항공기는 2년마다 정기검사(C체크)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100여명의 정비사에 의해 15~20일 동안 1000개 이상의 정비작업이 진행된다. 다만 여름 휴가철은 여객, 화물 수요가 많아 민항기중정비 공장은 다소 한산한 시기다.

송원석 항공기정비공장 지원팀장은 “보잉, 에어버스 등 제작사가 정한 정비프로그램은 물론 대한항공 자체 경험을 통해 축적한 정비프로그램도 함께 적용하고 있다”며 “1년에 120대를 정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비 격납고에서 B747-400 항공기 2대가 나란히 정비를 받고 있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군용기 공장은 전쟁영화를 보는 듯 했다. F-15, F-16, A-10, HH-60, CN-235, F-4E 등 말로만 들어본 전투기, 정찰기, 수송기 수십대가 각각 정비를 받고 있었다.

이영환 군용기공장 부장은 “5년 주기로 정비하는 군용기의 경우 모든 부품을 장탈(분리)한 상태에서 하나하나 점검한 뒤 다시 장착한다”며 “한번 정비하는데 6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만난 건 ‘탱크킬러’라는 별명을 가진 A-10 이었다. 주한 미군이 정비를 의뢰한 것이다. 공장 밖에서는 정비를 마친 HH-60이 시험비행을 준비중이었다.

이 부장은 “기종별로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이스라엘 등과 경쟁해 거의 대부분의 미군 전투기 정비를 따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테크센터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대의 군용기 정비기지로 자리매김했다는 설명이다.

테크센터에는 현재 미국 국방부 소속 국방계약처 직원 30명이 상주하면서 대한항공 측과 정비 작업에 대해 상의하고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대한항공 엔지니어들이 미 공군의 UH-60 블랙호크 헬리콥터의 창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엔지니어가 미국 공군 F-15 전투기의 와이어를 신축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테프론 재질 와이어로 교체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전자보기 정비공장에서는 항공기의 뇌와 신경, 오감(五感)에 해당하는 전자 보조기기(부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는 물론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 중국 민항총국(CAAC)으로부터도 정비능력을 인정받아 정비 의뢰를 받고 있다.

정종훈 지원팀장은 “블랙박스, 위성통신, 기상레이더, 공중충돌경고 장치 등 주요 전자기기들이 이곳에서 꼼꼼한 테스트를 거친다”며 “연간 정비되는 부품이 약 2만5000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정비 가능한 부품 품목 숫자는 1000개를 웃돈다. 공장 복도에는 대한항공 정비사들이 하니웰 등 부품 원제작사들로부터 정비교육을 받았음을 증명하는 인증서가 빼곡히 걸려 있었다.

대한항공 엔지니어들이 A320 샤크렛 최종 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테크센터의 수익 개선에 한몫 할 것으로 기대되는 민항기제조공장은 이날 바쁘게 움직였다. 베스트셀러 기종인 에어버스 A320의 양 날개끝 부분(샤크렛)을 대한항공이 도맡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월 50대분(100개) 생산을 달성했으며 현재는 월 42대씩 순조롭게 만들어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0년 5월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유수 항공기 제작사들을 제치고 샤크렛 개발사업을 수주했다.

이건영 민항기제조공장 사업관리팀장은 “샤크렛 생산라인은 소품종 소량 생산이 주를 이루는 항공기 부품 제작 현장에서 흔치 않은 세계 최초의 오토 무빙 라인”이라고 설명했다. 25명의 근로자가 7.5시간마다 1개의 공정을 완료해 총 7개 공정을 거쳐 샤크렛 생산이 이뤄진다.

테크센터 민항기제조공장은 ‘꿈의 항공기’라는 뜻의 애칭 드림라이너로 불리는 보잉 787기 제작도 담당하고 있다. 날개 끝 곡선 구조물, 후방동체 등 6개 핵심부품을 생산한다. 지난달 29일에는 787기 월 10대 생산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밖에도 에어버스가 신규 개발중인 A350의 카고 도어 생산공정도 진행중이다. 특히 A320 샤크렛과 A350 카고 도어, B787 6개 구조물은 제작사와 대한항공이 공동 투자·개발해 수익을 나눠갖는다는 점에서 대한항공의 이익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미래 성장동력이 될 무인기를 공개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밀 정보 유출 우려가 있고 현재 전력화까지 안 갔기 때문에 실제 무인기를 공개하지 못한다”며 “전력화가 완전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9~10월쯤에는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