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제약, 홀로서기 실패..`의약품사업 축소`

by천승현 기자
2012.12.06 08:08:22

아모레 자회사 편입·상폐..의약품 분야 축소 가능성 높아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태평양제약(016570)이 30년 만에 아모레퍼시픽(090430)그룹에 흡수된다. 회사 측은 “사업의 효율화를 꾀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고전을 겪고 있는 의약품 분야의 비중을 축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태평양제약은 주식 교환·이전 방식으로 모 회사 아모레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되고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지난 1982년 태평양화학 의약품사업부에서 태평양제약으로 분리된 이후 30년만에 종전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아모레그룹이 의약품 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제약업계는 리베이트 규제 강화, 약가인하 등의 악재로 고전하고 있다.

태평양제약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지난해 매출액은 1395억원으로 전년대비 16.5% 줄었으며 이는 2007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작년 영업이익은 59억원으로 2010년에 비해 반토막났다. 지난해 투입한 연구개발비는 74억원으로 매출 대비 5.3%에 불과하다. 대기업 계열 제약사의 실적 치고는 초라한 수준이다.

보건당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타격도 컸다. 태평양제약의 간판 품목인 케토톱의 매출은 지난 2006년 423억원으로 회사 매출의 35%에 달했다. 하지만 파스류의 건강보험급여 제한 이후 매출이 추락하면서 지난해 매출은 184억원에 불과했다. 최근 내놓은 신제품은 대부분 복제약이며 장기 먹거리 과제인 신약개발 분야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다.

태평양제약의 의약품 축소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작년 초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영업조직을 메디컬뷰티와 제약사업부문으로 쪼갰다. 메디컬뷰티는 보툴리눔 제제 ‘메디톡신’을 비롯해 기능성화장품, 의료기기 등을 담당한다. 상대적으로 의약품 분야의 비중은 크게 줄어든 셈이다.



직원 수도 대폭 줄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직원 수는 368명으로 2년 전 500명보다 26% 감소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었지만 인력 충원을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구조조정을 단행한 셈이다.

태평양제약 관계자는 “제약산업의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모 그룹에 흡수되면 경영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제약산업을 포기하려는 의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 회사로의 편입 이후 의약품 분야는 기존에 판매중인 제품의 영업만 전념하고 나머지 역량은 미용 분야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태평양제약 뿐 아니라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도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롯데제과(004990)는 지난 7월 롯데제약을 흡수합병하면서 의약품 사업에 진입한지 10년만에 백기를 들었다.

1980년대 제약산업에 진출한 SK케미칼과 LG생명과학은 각각 2개의 신약을 배출했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1984년 유풍제약, 2006년 한일약품을 각각 인수한 CJ제일제당도 수입약과 복제약에 의존하면서 대기업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다른 업종과는 달리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활동을 진행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자본력만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하면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