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로비 꼭대기층에 뒀더니…
by김미경 기자
2012.11.26 08:21:34
역발상 마케팅..고객 충성도 ↑
호텔업계, 체크아웃 2→6시 늘리고
주말메뉴 30% 할인해 주중보다 싸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 2005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문을 연 파크하얏트 호텔은 체크인을 하려면 24층까지 올라가야 한다. 국내 최초로 로비를 최고층에 뒀기 때문이다.
얼핏보면 고객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기존 호텔들이 꼭대기층에 레스토랑이나 바, 객실 등을 두고 전망을 미끼로 장사를 해왔던 것에서 벗어나 모든 투숙객에게 전망을 개방한 것. 투숙객들의 반응도 좋아 재방문율만 70%에 달한다.
 |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파크 하얏트 서울 강남의 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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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들이 변하고 있다. 고객 확보를 위한 호텔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통념을 깬 이른바 역발상 마케팅을 시도하는 호텔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신도림에 문을 연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는 시내 중심가에서 벗어나 있다는 약점에도 지난 1년간 평균 객실 점유율이 80%에 달한다. 역시 가장 높은 층인 41층에 로비를 둔 게 톡톡한 효과를 본 것으로 호텔측은 분석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이전까지만 해도 호텔 전망은 스위트룸을 쓰는 한정된 고객만이 누릴 수 있었던 특권이었다”며 “하지만 객실 종류와 상관 없이 모든 투숙객에게 전망을 개방해 놓은 덕분에 로비 라운지 바는 주말, 주중 저녁마다 만석을 이룬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객들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안에 들어갈 수 있어 사생활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며 “결과적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내년 1월부터 호텔 리뉴얼을 계획 중인 신라호텔도 물리적 한계 때문에 성사되진 못했지만 한 때 로비를 최고층인 23층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1978년부터 23층에 운영해던 프랑스식 레스토랑 ‘콘티넨탈’의 규모를 줄이고 객실 고객들을 위한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를 운영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보통 호텔 레스토랑의 경우 주말이 주중보다 10%가량 비싸지만 플라자호텔은 예외다. 이 호텔 레스토랑의 주말 특선 메뉴 가격은 5만5000원으로 주중보다 30% 저렴하다. 올 11월까지 한시적으로 진행한 프로모션이지만 반응이 좋아 내년에도 실시할 계획이다.
‘체크아웃은 오후 2시’라는 통념도 깨지고 있다.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는 체크아웃 시간을 오후 6시로 바꾼 ‘롱 위켄더’ 패키지를 판매 중이다. 호텔측은 “오랜만에 호텔을 찾았는데 정해진 체크아웃 시각 때문에 서둘러 짐을 꾸린다는 투숙객들의 불만을 적극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커플이나 가족, 친구 투숙객들에게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난해 가을부터 판매 중인 이 패키지를 찾는 이도 꾸준히 느는 추세라는 게 호텔 측의 설명이다.
이밖에 여의도 콘래드서울은 피트니스센터를 8~9층에 두면서 회원 사생활 보호를 위해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했고 세종호텔은 고객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내년 중 호텔 옥상을 공원화할 계획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창의적인 뒤집기는 매출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효과를 발휘한다”며 “신축하는 호텔이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이 같은 시도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