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상용 기자
2009.07.27 08:30:12
美 소매대출 14% 부실위기.. 카드빚에 짓눌린 유럽
"연체 개선조짐" vs "이르다"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신용카드 대란` 우려가 미국을 지나 유럽 대륙으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후퇴에 따른 폐업과 해고가 늘면서 빚을 갚지 못하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이는 다시 은행 부실로 직결되는 상황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신용위기의 싹이 움트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안정을 찾기까지 신용카드 우려는 좀 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은 현재 두개의 폭탄을 안고 산다. 하나는 상업용모기지 부실이고 다른 하나는 신용카드로 대표되는 소매금융 시장 부실이다.
두 잠재악재의 위험성이 커진 것은 채무자들의 채무이행 능력, 즉 지불능력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업률 급증으로 소득이 급감한 탓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는 미국의 소비자 여신 1조9140억달러 가운데 14%가 부실에 빠질 것이라 경고했다. 금융기관이 소비자들에게 빌려준 돈 가운데 약 2000억~3000억달러에 달하는 대출이 부실해져 돌려받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은행부실을 메우기 위해 미국 행정부가 투입했던 공적자금 규모에 맞먹는 수준이다.
신용카드 부실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월가의 대형 은행들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씨티그룹과 BOA JP모간 웰스파고 등 내로라하는 대형은행들이 신용카드 부문에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카드빚의 무게에 짓눌리기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조4670억달러에 달하는 유럽지역 소매 대출 가운데 7%가 디폴트 위험에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에 비해서는 덜하지만 적지않은 파괴력을 지닌 부실규모다.
유럽 소매금융 부실의 대부분은 신용카드 이용 규모가 유럽내 최대인 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실제 영국의 신용카드 및 모기지 연체 건수는 지난 5월 4만1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 2만건의 두배를 넘어섰다. 영국의 내셔널뎁라인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출자들이 늘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영국의 카드여신 상각률은 지난 5월말 현재 9.37%로 지난해 같은달의 6.4%에 비해 3%포인트나 급증했다. 거의 미국의 카드여신 상각수준(10%상회)에 맞먹는다. 영국내 올 1분기 개인 파산 건수는 2만9774건에 달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영국의 실업률이 오르고 있어 신용카드를 비롯한 소매 대출의 파산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기업실적 개선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맞물려 미국의 가계 연체율도 개선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최근 신용분석업체 에퀴팩스의 750만 대출자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모기지(주택담보대출)와 신용카드 등 소비자대출에서 원리금 상환이 30∼60일 연체된 경우는 6월말 현재 1390만건으로 석달 전 보다 110만건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잔디는 "가계대출 연체가 터닝 포인트에 와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서 "가계 신용여건이 내년까지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연체율 급증의 제 1 파고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불붙었지만 아직 다른 고위험 대출에선 이 같은 부실이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버클리의 경제학교수인 케네스 로젠 같은 이는 실업 급증에 따른 소득감소로 상위등급 모기지와 신용카드 대출 등에서 제 2파고가 몰려올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