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6.11.18 11:42:11
러 우주정거장에서 내주 실험
[조선일보 제공]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를 향해 골프공을 치면 어떻게 될까. 상상 속의 실험이 다음주 우주정거장에서 실제로 벌어진다.
이고리 파나린 러시아 연방우주청 대변인은 16일 "ISS에서 우주비행사 미하일 튜린이 오는 22일 또는 23일 우주유영(游泳·우주선 밖에서 움직이는 것)을 하다가, 우주공간을 향해 티샷을 시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튜린은 우주정거장 끝에 마련된 스프링 모양의 티(공을 놓는 자리)에 골프공을 올려놓고 지구 반대편 방향으로 초당 1m의 속도로 골프공을 날리게 된다. 이 장면을 미국인 우주비행사 마이클 로페즈-알레그리아가 사진과 비디오로 촬영한다.
튜린이 우주로 보낼 골프공의 무게는 3g으로, 일반 골프공 무게의 15분의 1 정도다.
이처럼 작은 공을 사용하는 것은, 이 공이 ISS나 다른 위성에 부딪힐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우주정거장은 지구 중력의 약 100만분의 1인 `마이크로 중력`. 즉 거의 무중력 상태이기 때문에 가볍게 치더라도 골프공은 엄청나게 멀리 날아간다.
우주로 날아간 골프공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과학자들 사이에서 우주쓰레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과 지구 쪽으로 향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첫째 주장은 이렇다. 우주는 중력과 공기저항이 거의 없다. 지구에서 골프공을 치면 공은 포물선을 그리다가 땅에 떨어지지만, 우주공간에서는 포물선이 없고 처음에 쳤던 각도대로 우주로 향하게 돼 있다.
공기저항이 없기 때문에 원심력에 따라 영구히 우주를 떠다니는 우주쓰레기로 남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박사는 "우주공간에서 친다면 무한정 지구궤도를 돌 것이다. 사람이 치는 속도와 저항이 적은 골프공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구궤도를 이탈할 속도가 안 되므로 몇십 년~몇백 년 동안 계속 돌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로 향할 것이라는 주장은, 아무리 작은 골프공이라 하더라도 공을 끌어들이는 지구의 중력이 작용, 매우 느린 속도지만 지구 쪽으로 온다는 논리다. 이럴 경우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공기와의 마찰 때문에 타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국내 일부 학자와 러시아 과학자들 상당수가 이런 견해에 무게를 싣는다.
확률은 낮지만 다른 시나리오도 있다. 궤도를 이탈해 다른 위성과 충돌할 가능성이다. 지구에서 360km 떨어진 우주정거장에서 골프공을 우주 방향으로 날리면, 680km 거리에 있는 위성 ‘아리랑’에 맞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공이 지구를 돌아 우주정거장과 충돌할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것도 이것.
우주정거장은 시속 2만7000여km 속도로 지구궤도를 도는데, 골프공은 이보다 속도가 더 빨라 조금씩 앞서 나가다가, 언젠가는 우주정거장의 `뒤통수`를 맞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주정거장의 진행방향과 똑같은 방향으로 공을 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골프공의 궤적은 치는 방향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상률 우주항공연구원 아리랑위성3호 사업단장은 "만약 우주정거장 진행 방향으로 치면 위성처럼 돌고, 정반대로 치면 속도가 줄어 우주정거장보다 낮은 궤도를 돌며, 궤도에서 수직 아래로 치면 지구로 끌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은 "이번 실험이 1971년 2월 6일 미국 아폴로14호 우주인 앨런 셰퍼드가 달에서 골프를 했던 흥미로운 추억을 되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셰퍼드는 지구중력의 6분의 1인 달에서 우주복을 입은 상태로 두 번 티샷을 시도, 첫 번째는 실패하고 두 번째 샷에 성공했다. 당시 골프공은 지구에서보다도 몇 배 거리인 수 마일을 날아갔다고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