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주식 팔고 국채 쓸어담았다
by유준하 기자
2024.10.24 05:02:00
국내 주식 11.5조원 매도하는 사이 국채는 22.4조 매수
하반기 통화정책 전환·WGBI 편입 기대감 수요 랠리
기재부 국채과장 “외국인 국채 투자 관심 많아져”
시장선 “트럼프 트레이드 이후 한국 시장 강세 고려해야”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최근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들어 국채는 꾸준히 매집을 이어가 눈길을 끈다.
하반기 통화정책 전환기 기대감에 이어 앞서 이달 초 내년 11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확정된 만큼 외국인의 국채 수요가 지속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하반기(7월1일) 이후 지난 22일까지 집계가 이뤄지는 장외시장서 국채를 22조4243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국내 증시서 11조496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처럼 하반기 외국인의 국채 순매수 규모는 국내 증시 순매도세의 두 배를 웃돈다. 특히나 두 시장 규모의 차이를 감안해 보면 이 같은 수치는 외국인의 국채 수요가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
국채에는 국고채 외에도 △재정증권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국민주택채권 등이 있지만 국고채가 사실상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고채 발행잔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1061조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외평채가 11조3000억원, 국민주택채권이 79조9000억원, 재정증권 4조원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92%를 국고채가 차지하는 셈이다.
동일한 시점 비교를 위해 9월 말 한국거래소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2115조9760억원, 코스닥 376조2660억원을 합친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약 2500조원 수준이다.
이같은 외국인의 증시 이탈에도 불구하고 WGBI 편입 확정과 더불어 국채 시장으로의 꾸준한 외국인 매수세 유입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곽상현 기획재정부 국채과장은 “편입이 시장 기대보다 빨리 됐던 게 사실이다 보니 외국인들의 국채 투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증가되는 외국인 국채투자가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발행이나 투자제도 개선 등을 비롯한 계획들을 차질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2일 ‘트럼프 트레이드’ 여파로 국고채 금리가 7bp(1bp=0.01%포인트) 급등했던 날에도 외국인의 국채 순매수는 이어진 바 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채권의 시장 금리가 높아질수록 미래 현금흐름인 채권 가격의 현재가치는 내려가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국내 시장에선 외국인의 수급이 키를 쥐고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외국계 은행 채권 딜러는 “현재 국고채 시장 금리가 좁은 레인지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금리가 오르는 현 시기가 저가 매수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나아가 트럼프 트레이드 이후의 한미 차별화 또는 한국 시장의 상대적 강세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트레이드와 미국 경기 노랜딩 내러티브가 한국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성장률 전망치 하향과 미국보다 빠른 물가목표치 달성 등을 감안하면 트럼프 트레이드 이후 한미 차별화 또는 한국 상대적 강세를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채권 업계에서는 ‘평균회귀(Mean Reversion)’이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펀더멘털에 큰 변화가 없다면 시장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평균가격으로 수렴한다는 의미인데 이런 점에서 오는 24일 오전 8시에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도 주시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