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었다가 퍼부었다가.. 날씨 왜 이러나 봤더니

by이유림 기자
2024.08.01 05:00:00

■밥상 덮친 ‘기후플레이션’ - 기후 변화 전망
"폭염→폭우→폭염"…이젠 한반도 `뉴노멀`, 새 역사 쓰나
한반도, 전 세계 평균보다 기온 상승 가팔라
"복합재난 빈발, 기후예측 난이도 높아져"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폭우→폭염→폭우→폭염’ 한반도 날씨가 며칠 사이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오전에는 호우경보가 내려졌다가 오후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극단적인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극한기후와 복합재해가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폭우가 내린 지난 18일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에서 소방대원들이 침수된 공장에 고립된 근로자를 구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기상청장 출신 남재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특임교수는 지난달 2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들어 ‘100년만의 폭염’, ‘100년만의 폭우’ 같은 소식이 수시로 들려온다. 이런 이야기가 매년 나온다는 것은 결국 기록이 경신되면서 기후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거의 모든 사람이 기후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뉴노멀이라고 명명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 탓에 폭염·폭우의 빈도와 강도가 늘어나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상이 됐다”며 “올해 국내 폭염·폭우 역사를 새로 쓸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가 전 세계 평균보다 빠르고 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경부가 지난해 발간한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9년간(1912년~2020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약 1.6℃ 상승해 전 세계 평균인 1.09℃ 상승보다 빨랐다. 표층 수온 역시 50년간(1968~2017년) 1.23℃ 상승해, 전 세계 평균인 0.48℃를 약 2.6배 상회했다. 최근 30년간(1989~2018년) 해수면 상승도 전 세계 해수면 연간 평균 상승폭인 1.7㎜보다 더 큰 2.97㎜이다. 이와 더불어 폭우·폭염·겨울철 이상고온 및 한파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 재산과 인명피해가 증가했다. 최근 10년간(2012~2021년) 기후변화와 연관된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3조 7000억 원에 달하고, 복구 비용은 손실 비용의 2~3배에 달했다.

집중호우를 동반한 장마가 올해 3주째 한반도를 강타한 것도 기후변화와 무관치 않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수증기는 7%(무게 환산시 8900억t) 늘어난다”며 “2000년 이후로 야행성 장마가 늘어났는데 기후변화로 남쪽과 북쪽 기단의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다른 성질의 기상 재해가 동시에 또는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재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한 지역에서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농작물 생산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수자원 부족 문제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또 장기간의 가뭄이 끝난 뒤 집중호우가 내리면 건조한 땅이 물을 흡수하지 못해 홍수와 산사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복합재난은 정부 및 지자체의 대응 능력을 초과할 수 있고, 여러 문제를 동시에 처리해야해, 자원과 인력 배치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어떤 지역이 과거엔 홍수 대비만 하면 됐는데, 앞으론 산불 등 (다른 기상 재난에 대한) 대비를 병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비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뉴노멀 시대에선 기후예측 난이도는 점점 높아지게 된다. 이명인 교수는 “현재의 예보모델은 극단적인 폭우·폭염 등 큰 자연재해에 대한 예측 성능은 충분하지 못하다”며 “TV해상도가 낮으면 인물 형태가 뚜렷하지 못하듯, 계산 비용으로 인해 재해를 맞출 수 있을 정도의 고해상도 모델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