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거부’ 며느리에 이혼하라는 시어머니, 이혼 사유 될까요[양친소]

by최훈길 기자
2023.09.23 09:08:34

[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백수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제사로 인한 갈등은 아내 쪽에서 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제사 준비를 아내한테만 시킨다거나, 종교적인 이유로 제사 준비나 참석이 어려운데 사정을 무시하고 강제하는 경우, 제사를 지내지 않는 집안에서 나고 자란 아내나 남편이 시댁이나 처가댁의 제사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나 제사 부담 그 하나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부부 사이에 쌓였던 여러 문제가 제사를 계기로 맞물리게 되면서 갈등이 고조돼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아내가 시어머니한테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통보한 게 남편한테 민법 제840조 제4호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하거나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해야 이혼사유가 될 수 있는데요.



설사 아내가 시어머니한테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통보한 언행이 다소 무례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는 폭언, 폭행, 지속적인 괴롭힘 등과 같은 부당한 대우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내가 시댁 제사 준비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만으로 혼인 관계가 전적으로 파탄됐다고 단정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혼 사유로 보기 어렵습니다.



△한 예로 아내가 시어머니와 고부갈등을 겪던 중 자신의 반대에도 남편이 시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온 경우가 있었습니다. 아내는 시어머니와 대화도 하지 않고, 식사하시라는 얘기도 자녀를 통해 전달했습니다. 이에 남편이 아내가 시어머니를 무시하거나 무례하게 대했다면서 이혼을 청구한 사안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시어머니에 대한 아내의 태도가 다소 무례했다고 하더라도, 남편이 아내와 고부갈등에 관해 좀 더 많은 대화를 통해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그 노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하면서 남편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시어머니한테 무례했던 아내보다 고부갈등을 방관한 남편에게 더 큰 잘못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부정행위로 인한 사유는 다른 일방이 사전 동의나 사후 용서를 한 때 또는 이를 안 날로부터 6월, 그 사유가 있던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이혼을 청구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남편의 10여 년 전 부정행위가 민법 제840조 제1호에 의한 이혼사유는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부정행위에 대한 반성하지 않고, 아내가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고, 오히려 고부갈등을 방관하면서, 혼인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을 다하지 않아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하는 사유로 남편의 과거 부정행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고부갈등이나 장서갈등이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하려면 지속적으로 폭언, 폭행, 심한 괴롭힘, 지나친 간섭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과 배우자가 중간에서 그러한 갈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하지 않은 사실 등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혼 소송에서도 실효성 있는 증거를 어느 정도 확보해 뒀는지가 관건입니다. 상대방과의 대화나 통화를 녹음해 둔다거나, 문자 등 자료를 보관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담이나 진료 내역, 진단서 등도 정신적 고통을 증명할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고 힘들다면 적극적으로 상담과 치료를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