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SNS에 판치는 자칭 닥터둠에게
by최훈길 기자
2023.04.19 06:15:00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특히 한국 경제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시장이 다양한 해외 여건에 이리저리 흔들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한국 경제와 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경제와 시장은 예측해야 한다. 시장의 방향성을 알아야 가계와 기업이 지출과 수입 계획을 세우고, 정부도 경제정책의 기조를 결정할 수 있다. 만약 예측이 크게 잘못된다면, 감당하지 못하는 버블을 만들거나 과도한 침체를 유발해 경제와 시장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시장 전망의 정확성이 매우 중요해졌다. 지금이 우리가 계속 수성(守城)을 해야 할지 아니면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 위기 이후 3년이 넘어섰다. 경기동행지수로만 본다면, 한국 경제는 2020년 5월을 바닥을 찍었고, 이후 2022년 10월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코로나19의 충격이 워낙 컸던 탓에, 그동안 경제 상황이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즉 지금까지는 민간이든 정부든 수성에 치중했다. 이제 국면은 바뀌어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로나 위기 이전의 정상적인 시장 상황을 기억하면서, 앞으로 경기 흐름이 어떨지 궁금해한다.
가계도 기업도 정부도 성(城)안에 머물러야 하는지, 아니면 성문을 뒤로하고 뛰쳐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런지는 몰라도 갑자기 새로운 자칭 경제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떼로 등장하면서, 한국 경제의 방향성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내용도 극단적으로 낙관적이고 극단적으로 비관적이다. 가운데는 별로 없다.
| 지난 1월18일 발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2023년 한국 경제 수정 전망. (자료=현대경제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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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한국 경제에 대해 극단적 비관론을 견지하는 일부 주장에 대해 우려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유튜브 등과 같은 SNS에서 유독 이러한 비관론들이 많다. 그 콘텐츠들의 섬네일을 보면 ‘경제 위기’, ‘부동산 시장 폭락’, ‘대공황’ 등의 자극적 용어들이 판을 친다.
그 시장은 하도 많은 유튜버들이 활동해 일부 채널을 제외하고는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운 레드오션이다. 따라서 이러한 과장된 행태가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고 조회 수(수익)를 늘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겠거니 하고 이해는 간다. 그러나 다른 사회적 이슈는 모르겠으나, 경제 이슈에 관해서는 보다 중립적인 콘텐츠가 많았으면 한다.
흔히 자칭 경제평론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들까지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어그로(aggro)를 끄는 콘텐츠에 출연하는 것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분들의 말대로 금융 위기가 오고 부동산 시장이 대폭락하고 한국 경제가 대공황에 빠지면서, 굴지의 기업들이 파산하고 거리에 실업자가 넘쳐나는 단군 이래 최대의 시련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우연들이 정교한 타이밍으로 맞아 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국 경제에 자체적인 복원력이 없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 예측이 맞는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한국 자본 시장에서 다 철수했어야 하고, 주가는 이미 1000포인트 아래로 폭락했어야 하고, 이미 많은 기업들의 파산 소식이 들려야 한다. 과연 그분들한테 배우고 있는 학생들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그러한 콘텐츠를 볼까. 나아가 그분들의 예언(?)대로 경제와 시장이 망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그때 그분들은 어떤 변명을 할까?
한국 경제는 럭비공 같아서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 실제 그 사람들의 예측대로 시장에 빙하기가 닥치면서 한국 경제가 ‘멸종’될 수도 있다. 절대 그 예측이 맞고 틀리고를 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짧은 연구 경험이지만, 필자가 그동안 배운 것이 있다면 독선을 가지고 시장을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항상 시장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