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클리닉]신생아 1%가 선천성 심장병... 사례 다양해도 협진 통해 치료 최적화

by이순용 기자
2022.03.16 06:49:57

소아심장 의료진 20명 상주하는 대한민국 최대 소아심장팀
국내 최초 소아심장 시술·수술 시행
타 병원·타국과의 상호 교류 및 전문 의료진 양성도 앞장서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심장은 온몸으로 피를 보내는 펌프 역할을 하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심장은 2심방 2심실로 구성돼 있다. 태어날 때부터 심실 사이에 구멍이 있거나 판막의 모양이 이상하거나 대혈관이 바뀌거나 잘못 연결돼있는 등 구조적인 이상이 있다면 이를 선천성 심장병이라고 한다. 해마다 태어나는 신생아의 약 1%가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기형이 존재한다.

병명에 ‘선천성’이라는 말이 들어가서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유전적인 요인은 채 10%가 되지 않을 정도로 뚜렷하게 밝혀진 특정 원인은 없다. 경우에 따라 출산하자마자 긴급으로 수술하기도 하며 성인이 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 없이 성장하는 환자도 있다. 최근에는 의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산전검사를 통해 조기에 태아심장병 진단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보다 체계적으로 향후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심장전문 부천세종병원의 소아심장팀은 소아 심장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9명의 소아청소년과 의료진과 소아 심장 수술을 집도하는 4명의 소아흉부외과 의료진이 진료에 나서고 있다. 국내 여느 대학병원과 견줘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최대 인력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부천세종병원의 장점은 ‘심장’ 치료에 특화된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난 환자가 18세 이상이 된다면 성인선천성 심장병 환자로 분류가 된다. 또한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인해 부정맥, 심부전 등 다양한 심장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하고 임신, 고혈압, 당뇨 등이 수반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소아심장팀에서는 태아, 어린이를 비롯해 청소년, 성인까지 진료하기 때문에 환자의 범위가 넓고 함께 다뤄야 하는 질환이 많다 보니 의료진의 구성 역시 다양해야 정확한 치료 지침을 줄 수 있다. 부천세종병원은 소아 심장뿐만 아니라 성인 심장 전문의가 20명 상주하고 있다. 다각도로 접근해야 하는 케이스 발생 시 관련 의료진이 모두 참여하는 다학제 심장통합진료를 통해 양질의 개인별로 최적화된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료진 서로 간의 협진과 다양한 경우의 치료를 진행하며 연간 약 1000건 가량의 선천성 심장질환의 진단과 중재시술,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또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국제 저널에 다수의 논문도 게재하고 있다. 또 경피적심방중격결손폐쇄술(1993), 경피적심실중격결손폐쇄술(1995), 폐동맥폐쇄의 풍선판막성형술(1993)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종합병원 최초로 가슴 열지 않는 멜로디 판막 이용 경피적폐동맥판막삽입 시술과 새로이 승인받은 풀스타 밸브(Pulsta valve) 경피적폐동맥판삽입술, 국내 최초 경피적 폐동맥판막·삼첨판막 동시 시술 성공, 국내 최초 소아 하트메이트3 심실보조장치 삽입술 성공 등 대한민국 소아심장질환 치료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개원 초기부터 시행해온 원내 모닝컨퍼런스를 비롯해 타 병원 의료진, 간호사, 의료기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교류 및 선천성심장병 연구를 위해 매년 ‘3-day’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이 세미나는 선천성심장병 진단과 치료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 부검심장을 이용하는 국내 유일의 학술대회로 참가자들이 환자의 부검심장을 직접 보면서 리뷰하는 시간을 갖고 실제 증례를 중심으로 각 기관의 경험을 공유하고 열띤 토론을 펼친다. 실제로 각 대학병원의 소아 심장 담당 교수진은 대부분 이 세미나를 거쳐 자신의 역량을 키웠고 국내 선천성 심장병의 진단과 치료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유수의 의료진과도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부터 2개월에 한 번씩 미국 명문 대학인 UC 다비즈(Davis) 교수진과 온라인 세종컨퍼런스( Sejong conference)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양 병원 소아심장과 소아흉부 의료진 30여 명이 참여한다.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소아심장병원이 서로 간의 지식과 치료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 연구를 통해 현대의학으로 풀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선천성심질환 환자에게 보다 나은 진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외 의료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1989년부터 해외나눔의료 활동을 통해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치료받지 못하는 해외 선천성심장병 환아들을 초청해 무료로 치료하고 있다. 이에 약 1600여 명의 아이들이 새 삶을 찾게 됐다.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인 것처럼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해당 국가의 의료진을 부천세종병원에서 연수·교육하고, 본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방문 지도해 그들 스스로 심장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실제로 베트남 코레이(Choray) 병원의 경우 수술 건수도 늘었고 베트남 내 다른 병원의 심장 수술도 자문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의대생 대상 소아심장 분야 실습지원기관으로 선정됐다. 전국에서 6개 병원만이 지원기관으로 선정됐고 6개 병원 중 비대학병원으로는 유일하게 지정받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성호 부천세종병원 진료부원장(소아청소년과 부장)은 “선천성심장병은 적정한 시기에 치료를 받고 정기적으로 관리한다면 충분히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빠르게 내원해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터넷에 퍼져 있는 무분별한 정보를 습득하기보다 검사를 받고 의료진이 내리는 진단을 신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자의 충분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가급적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진료에 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부천세종병원은 다학제 협진을 통해 최적의 치료 방법을 결정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천세종병원 소아심장팀이 선천성심장병으로 내원한 어린이 환자의 심장수술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