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옥 bhc 대표 "매출 4000억원 달성 비결은..'가맹점 경쟁력''"

by전재욱 기자
2021.09.08 07:00:00

배울 것 배우고 못하는 것 보완 위해
동종업계 벤치마크..올해 업계 1등 기대
가맹점에 친절·청결·균일한 맛 강조
인프라 보강해 가파른 성장세 이끌어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치킨 매출 4000억원` 마의 벽이 지난해 처음 깨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 활황이었지만 비에이치씨(bhc)와 교촌에프앤비(교촌치킨) 두 곳만 달성했다. 둘의 승부는 결판을 내지 못했다. 절대적인 매출은 교촌(4476억원)이 bhc(4003억원)를 앞섰고 상대적인 실속(영업이익률)은 bhc(32.4%)가 교촌(9.1%)을 따돌렸다.

올해 승부의 관건은 `성장 속도`다. 매출이 3000억원을 넘어 4000억원을 돌파하기까지 교촌(2017→2020년)은 3년 걸렸지만 bhc(2019→2020년)는 1년이면 충분했다. 지난 6일 서울 송파 본사에서 만난 임금옥 bhc 대표는 `가맹점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치킨 업계를 평정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임금옥 bhc 대표는 “요새 같으면 삼성전자 사장 자리도 부럽지 않다”며 “국민 음식 치킨을 허투루 만들지 말라는 요구로 이해하고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김태형 기자)


임 대표는 “2017년 bhc 대표 부임후 줄곧 우리가 1등 브랜드가 되기 위한 현상 파악과 원인을 분석했다”며 “동종업계가 잘하는 것은 배우고 우리가 못하는 걸 보완해 결실을 거둬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그러면서 “올해 상반기 가맹점 매출에서 역대 최고점을 찍어 조심스레 업계 최고 브랜드가 된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동종업계 1등 사업자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한 벤치마크가 적중한 셈이다. 업계에선 bhc가 지금과 같은 기세로 총력전을 펼친다면 올해 말 기준 국내 치킨 업계 1위 자리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 대표가 가파른 성장의 1등 요인으로 꼽은 것은 `가맹점`이었다. 박현종 회장의 권유로 2017년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bhc에 합류하자마자 시작한 것은 가맹점을 질과 양 모든 측면에서 쇄신하는 일이었다. 질적 성장을 위해 전국 가맹점주를 만나 `친절·청결·균일한 맛` 세 가지를 강조했다. 개폐점 시간, 고객 응대법, 식자재 보관법, 조리법 등까지 손수 챙기면서 통일안을 만들어나갔다.

일선에서는 “본사가 점포 경영에까지 간섭하는 갑질”이라고 반발했으나 “우리가 같이 사는 길”이라고 물러서지 않고 설득했다. 진심이 통하고 매출이 따라왔다. bhc 2019년 매출은 전년보다 34% 급증한 318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고객 불만을 줄이는 QCS(Quality Clean Service)를 힘줘서 추진한다. 상향 평준화를 이룬 품질에 친절을 입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임 대표는 “매번 신규 가맹점주 교육에 반드시 참석해 `같이 사는 길`을 강조한다”며 “전국에 우리 매장 1600여곳 가운데 적자를 보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고 강조했다.



가맹점 양적 성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돌려세웠다. 사실 가맹점 수(지난해 기준)로 보면 bhc(1518곳)가 교촌(1157곳)을 앞섰는데 매출이 뒤처지는 건 아이러니였다. 어딘가 틈이 벌어졌다는 의미였고 임 대표는 가맹점주 커뮤니티 `신바람 광장`에서 누수 지점을 찾았다. 가맹점주는 늘 `닭이 모자란다`고 호소했고 복날인데 매출이 평시와 같으니 아이러니해서 들여다보니 시설이 문제였다.



임 대표는 “냉장고가 작아서 적재 공간이 부족해 닭이 모자랐고 튀김 기기가 좁아 주문이 대거 들어와도 소화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식구가 늘면 세간을 늘리는 게 당연한데 그러지 못해서 부진했다”고 했다.

이후 대대적인 인프라 보강이 이뤄졌다. 2019년까지 가맹점 열에 일곱이 널찍한 설비를 갖추고 새로 거듭났다. 본사가 비용 30%를 대어 참여를 이끌어낸 게 주효했다. 그러고서 찾아온 게 2020년 코로나19다. 배달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넘치는 수요는 감당할 여력을 갖춘 자에게는 수혜였다. bhc로 몰린 주문은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작년 매출이 전년보다 25% 증가하며 사상 첫 400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2년 새 매출 상승폭은 68.5%나 뛰었다. 남들은 이례적인 급성장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준비해서 된 것이다.

▲지난 6일 서울 송파 본사에서 만난 임금옥 bhc 대표는 ‘가맹점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치킨 업계를 평정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사진=김태형 기자)


임 대표는 “우리가 어찌 작년에 코로나19가 올 줄 알았겠느냐”며 “그저 준비한 것인데 수요가 폭증하면서 우리 쪽으로 흡수된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가 주목한 것은 `부분육`이다. 그가 취임할 무렵 1% 남짓이던 부분육 매출 비중은 최근 25% 안팎으로까지 성장했다. 부분육이 다른 매출을 누르고 거둔 게 아니라 없던 매출이 새로 생긴 것이기에 고무적이다.

메뉴 개발은 실무자 권한이라서 간섭하지 않는 게 원칙인데 “유일하게 직접 개발을 지시”한 게 부분육이라고 한다. “집에서 아들이 치맥을 하자며 주문한 게 윙(날개)이었다”는 데에서 착안한 것이다. 임 대표는 “가정에서 메뉴 선택권은 부모가 아니라 엠지 세대가 가진다”며 “그들이 닭을 `먹고 싶은 부분만` 소비하려는 데에서 부분육 성장을 봤다”고 했다.

이제 치킨집이란 수식어에 bhc를 담기는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다. 프랜차이즈 큰맘할매순대국은 전국 규모로 뻗어 나갔고 창고43은 알만한 이들은 아는 고급 식당이다. 이달 첫 가맹점을 연 족발상회는 bhc가 주력해 추진하는 외식 사업이다. 임 대표는 “족발상회는 bhc가 가진 다양한 브랜드 핵심 노하우가 집약된 결정체”라며 큰 애정을 드러냈다. 인수가 임박한 아웃백스테이크를 품에 안으면 종합 외식기업으로 면모가 갖춰질 전망이다.

사세가 커가면서 책임감도 무거워진다. 임 대표는 “요새 같으면 삼성전자 사장 자리도 부럽지 않다”며 “국민 음식 치킨을 허투루 만들지 말라는 요구로 이해하고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