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논란의 언론중재법, 文대통령은 왜 침묵할까?

by이정현 기자
2021.08.25 06:00:00

언론중재법으로 국회 난리인데 ‘침묵 일관’ 청와대
야당 시절 “언론 자유 보장” 말하다 임기 말 ‘언론 봉쇄’
野 “계속 침묵하면 언론장악 시도한 최초 대통령으로 기록”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청와대는 관여하지 않았고 어떤 입장도 낼 계획이 없다.”

지난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고 있는 언론중재법과 관련해 입장 표명을 요구받자 한 말이다. 아울러 대통령과 청와대의 침묵이 법안에 대한 묵시적 동의로 해석될 수 있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해석은 자유롭게 하라”며 “국회에서 법안을 논의 중이나 유의 깊게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을 마치고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둔 언론중재법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당청 원팀’을 강조해 왔으나 유독 언론중재법 만큼은 거리를 두고 있다. 공식석상을 비롯해 SNS 등에 매일 쏟아지는 대통령의 ‘워딩’에 언론중재법은 없다. 대변인마저도 언론중재법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출입기자단의 질문에 “국회 논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다” “청와대에서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 등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했다.

그동안 언론의 자유와 비판 기능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 정작 언론중재법 추진에는 침묵하자 암묵적 동의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차기 대선과 임기말 혹은 퇴임 후 나올 수 있는 비판적인 언론 보도를 사전에 봉쇄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 축사에서도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고 발언했다가 빈축을 샀다. 이날은 민주당이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을 강행 처리한 날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 의원시절에는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명예훼손으로 수사, 기소하는 것은 잘못된 일” “공인에 대한 비판, 감시는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 “우리당이 집권하면 (언론자유를)확실히 보장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청와대는 “헌법과 신문법에는 언론의 자유와 두텁게 보장하면서도 타인의 명이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면 안된다는 사회적 책임도 명시돼 있다”며 “‘언론 자유’를 언급한 대통령의 말은 헌법 정신을 표현한 것이며 언론중재법 상황과 상충된다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침묵하는 대통령의 언론관을 놓고 야당의 비판이 쏟아진다. 장기 집권을 위한 ‘내로남불’이 아니냐는 것이다. 신인규 국민의힘 대변인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정면으로 위협받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국정의 최고책임자는 아무런 말이 없다”며 “계속 침묵을 유지한다면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민주화 이후 언론 장악을 시도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로 언론인 단체인 자유언론실천재단도 법안을 반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지고 “언론자유에 심각한 제약과 위축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이 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은 심각한 후유증을 야기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며 강행 처리 중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