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넘어 정착까지 꿈꾼다…베이조스 "또 우주로 가자" (재종합)

by김정남 기자
2021.07.21 06:55:49

블루오리진 로켓 ''뉴 셰퍼드'' 우주 여행 성공
첫 100㎞ 이상 고도 비행…이륙 10분 후 착륙
베이조스, 어린 시절 품은 우주 여행 꿈 이뤄
상업용 우주 관광 스타트…"수요 매우 높다"
관광 넘어 우주 정착지까지 꿈꾸는 베이조스

2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서부 사막지대 발사 기지에서 미국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의 로켓 ‘뉴 셰퍼드’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아마존 창업자인 세계 최고 부자 제프 베이조스가 어린 시절부터 품어 왔던 우주 여행의 꿈을 이뤘다. 상업용 우주 관광을 넘어 인류의 우주 정착 같은 더 큰 꿈을 시작하는 출발선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조스는 이날 오전 9시13분께 미국 텍사스주 서부 사막지대에 위치한 발사 기지 ‘론치 사이트 원’에서 우주발사체 ‘뉴 셰퍼드’를 타고 이륙했고, 약 10분 뒤 무사히 착륙했다. 뉴 셰퍼드는 베이조스가 창업한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이 개발한 재활용 로켓이다.

베이조스의 우주 여행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우주관광 시범 비행에 성공한 지 9일 만이다.

베이조스는 우주의 가장자리인 100㎞ 이상 고도까지 비행해 약 4간 무중력에 가까운 극미 중력(microgravity)을 체험한 뒤 지구로 귀환했다. 지난 11일 86㎞ 상공에 도달한 브랜슨보다 높이 비행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연방항공국(FAA)은 고도 80㎞ 이상을 우주의 기준으로 본다. 그러나 유럽 국제항공우주연맹은 지구와 우주의 경계인 고도 100㎞ ‘카르만 라인(karman line)’을 넘어야 우주로 정의한다. 베이조스가 사실상 인류 첫 우주 여행에 성공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베이조스는 이날 카우보이 모자를 쓴 파란색 우주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남동생 마크를 비롯해 82세 여성 우주 비행사 월리 펑크, 대학 진학을 앞둔 18세 네덜란드 청년 올리버 데이먼과 함께 우주로 날아올랐다.

펑크는 1960년대 NASA의 우주비행사 시험을 통과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비행을 하지 못한 이른바 ‘머큐리 여성 13인’ 중 한 명이다. 데이먼은 블루오리진의 첫 유료 고객이다. 이날 비행으로 세계 최고 부자, 세계 최고령, 세계 최연소 우주인이 동시에 탄생하는 진기록을 남긴 것이다.



네 사람은 로켓이 카르만 라인을 돌파해 최고 높이에 도달하자 함성을 질렀다. 이들은 극미 중력 상태에서 공중제비 유영을 했고, 탁구공 등으로 장난을 쳤다. 특히 베이조스 형제는 극미 중력 체험의 순간 손바닥을 펼쳐 “안녕 엄마”라는 인사말을 전했다.

베이조스는 아울러 세계 최초로 ‘조종사 없는 우주 비행’ 타이틀 역시 달게 됐다. 브랜슨이 최근 버진갤럭틱의 비행선을 타고 우주로 날아갔을 당시에는 조종사 두 명, 기술자, 우주비행 훈련사 등 총 다섯 명의 전문가와 동행했다.

뉴 셰퍼드는 유인 캡슐과 추진체인 부스터로 이뤄졌다. 캡슐과 부스터 모두 이번 비행에 앞서 두 차례 사용됐다.

베이조스는 10분간 우주 여행을 마치고 지구에 안착한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어 블루오리진 직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했고, 동료 우주인들과 포옹을 한 뒤 샴페인을 터트렸다.

베이조스는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우주 여행의 꿈을 이뤘다”며 “생애 최고의 날”이라고 감격했다. 베이조스는 1969년 다섯 살 때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보며 우주 여행의 꿈을 키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아마존 창업 이후 성공을 발판 삼아 2000년 블루오리진까지 세웠다.

베이조스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아이들이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우주로 가는 길을 건설할 것”이라며 “(기후 변화 등)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블루오리진은 아울러 상업용 우주 관광 티켓을 팔 계획을 갖고 있다. 올해 안에 두 차례 더 비행을 예정하고 있다. 2000년 설립 이후 21년 만에 우주 관광 시대를 여는 셈이다. 베이조스는 “우주 관광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기술을 관광에만 쓰지 않겠다”며 “작은 일에서부터 큰 일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우주 공간에 인공 중력이 작용하는 정착지를 만든다는 게 베이조스의 궁극적인 목표다. 베이조스는 직원들을 향해 “또 우주로 가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