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시장 덮친 인플레 충격…3대지수 2% 안팎 '와르르'

by김정남 기자
2021.05.13 06:32:34

(사진=AP/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주요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나스닥 지수는 3% 가까이 내렸다.

12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99% 내린 3만3587.6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14% 떨어진 4063.04에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무려 2.67% 내린 1만3031.68을 기록했다. 뉴욕 증시를 대표하는 3대 지수가 모두 2% 안팎 큰 폭 하락한 것이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3.26% 내렸다.

개장 전 나온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장을 뒤흔들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2%를 기록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3.6%)를 상회했다. 지난 2008년 9월 이후 거의 13년 만의 최고치다.

더 주목할 건 전월과 비교해 0.8% 올랐다는 점이다. 이는 200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CPI가 지난해 이맘때 팬데믹 초기와 비교한 수치(전년 동월 대비)는 기저효과로 인해 예상보다 높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지만, 3월과 견준 상승률이 0.8%에 이른 건 이례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3월부터 경제 회복 징후가 나타났기 때문에 기저효과 자체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급등했다. 장중 1.701%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자 추후 월가 내 인플레이션 논쟁은 더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일단 이번 물가 지표를 두고 “일시적”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연준 2인자’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이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에 참석해 “물가 상승에 놀랐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상승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연준이 경제에 제공하고 있는 엄청난 부양(massive stimulus) 규모를 축소하는 건 아직 거리가 멀다”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연준이 더 큰 후유증을 막기 위해 빨리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다.

주요 기술주는 줄줄이 미끄러졌다. ‘대장주’ 애플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49% 내린 122.77달러에 마감했다. 테슬라 주가는 4.42% 내렸다. 아마존(-2.23%), 마이크로소프트(-2.94%), 알파벳(구글 모회사·-3.02%) 등은 모두 하락했다. 엔비디아(-3.83%), AMD(-2.85%) 같은 반도체주 역시 떨어졌다.

델타항공(-3.35%), 아메리칸항공(-3.76%), JP모건체이스(-0.69%), 뱅크오브아메리타(-0.94%) 등 경기순환주도 줄줄이 내렸다. 유가 급등으로 셰브런(0.63%) 같은 에너지주 정도만 상승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26.33% 급등한 27.59를 기록했다. 3월 초 이후 최고치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소폭 반등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0.82% 오른 7004.63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0.20% 올랐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19%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