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포르쉐 전기차는 다를까…타이칸 터보S
by남현수 기자
2020.09.19 07:00:00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지금까지 출시된 대부분의 전기차는 긴 주행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배터리 용량과 충전 시간, 제로백 같은 최고출력에 관심이 모였었다. 테슬라가 이런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내면서 다양한 전기차가 쏟아진다.
주행거리는 짧지만 귀여운 디자인과 실용성으로 무장한 소형 전기차,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는 고급스런 내장으로 치장한 전기차를 출시한다. 스포츠카 브랜드도 예외는 없다. 혹자는 귀를 찌르는 배기음과 매캐한 매연을 내뿜으며 도로를 질주하는 스포츠카는 전기차 시대에서 관심 밖의 존재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포르쉐는 정확히 간파했다. 진보된 전기차 기술에 스포츠카 노하우를 접목했다. 바로 타이칸이다. 포르쉐는 타이칸을 설명할 때 꼭 ‘100% 전기차’. 100% 스포츠카’, ‘100% 포르쉐’라는 세가지 수식어를 붙인다.
11일 포르쉐 월드 로드쇼에 참가해 타이칸을 몰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용인 스피드웨이를 두 바퀴 도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타이칸의 진면목을 알 수 있었다.
차에 오르기 전 외관을 살폈다. 타이칸 공개 당시 사진으로 봤을 땐 우울해 보이는 헤드램프와 주간 주행등 때문에 첫 인상이 별로였다. 실물은 사진보단 준수한 외모다. 동그란 헤드램프를 가진 다른 포르쉐 모델과 달리 타이칸 헤드램프는 각지게 차별화했다.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었지만 포르쉐 로고만 가리면 다른 브랜드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아쉬운 전면을 상쇄하는 건 측면과 후면이다.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와 단순하지만 제 위치에 자리한 캐릭터 라인이 유려한 보디 라인을 완성한다. 후면부는 파나메라와 닮은 꼴이다. 날렵함이 강조된 후면부를 보면 '진짜 포르쉐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줄로 연결된 테일램프 정중앙에 ‘PORSCHE’ 레터링이 자리한다. 그 아래론 타이칸 터보S라는 모델 및 트림명이 써 있다. 전기차답게 배기구는 찾아 볼 수 없다.
실내로 들어오면 3개의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반긴다. 아날로그 버튼의 수를 현저하게 줄였다. 그 중에서도 계기반이 단연 눈에 들어온다. 말끔하게 다듬어진 조각상을 보는 듯하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기존 포르쉐 모델과 동일하다. 내비게이션, 미디어 등의 조작을 지원한다. 그 아래에는 포르쉐에서 처음 시도한 10.9인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가 자리한다. 공조기 조작은 물론 보닛과 트렁크 개폐를 모니터로 조작한다. 기어노브 위치는 어색하다. 센터콘솔 박스가 아닌 스티어링휠 뒷 쪽에 숨어있다. 모양이나 크기는 신형 911과 동일하지만 위치가 생소하다. 어색하게 느껴진다.
타이칸은 4도어 쿠페형 세단이다. 성인 4명이 장거리 여행을 갈 수 있는 그랜드 투어러에 가깝다. 이런 넉넉한 공간을 완성하는 데는 배터리 패키징이 주요했다. 풋 개러지라고 불리는 2열 발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팩 위치를 수정했다.배터리팩을 2열 시트 밑에 쌓았다. 타이칸 트렁크 용량은 366L로 작은 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명 프렁크가 존재한다. 앞쪽에 위치한 트렁크의 용량은 81L다. 911이나 박스터 등에 비하면 작은 크기지만 충전 케이블 정도를 보관하기 충분한 공간이다. 엇비슷한 테슬라 모델S와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트렁크 공간이 열세다.
타이칸 시승은 용인 스피드웨이를 두 바퀴 돌고, 직선 주로에서 가속력을 점검하는 것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먼저 트랙을 돌 시간이다. 시승한 모델은 타이칸 중에서 가장 고성능을 발휘하는 터보S다. 전기차라 터보차저는 없는데 이름엔 터보가 들어간다. 타이칸 기본 모델이 올해 말 나오고 고성능 터보와 터보S는 내년 출시가 점쳐진다.
터보S는 최고출력 625마력, 최대토크 107.1kg.m를 발휘한다. 출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오버부스트 모드를 사용하면 최대 761마력까지 나온다. 부스트 모드에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데 단 2.5초가 걸린다. 3초대의 벽을 가뿐히 무너트렸다. 국내 인증을 받지 않아 인증 후 출력의 차이가 소폭 있을 수도 있다.
먼저 가속력 점검이다. 직선 주로에서 풀 가속을 하면 최대 1G의 중력 가속도를 느낄 수 있다. 가속 페달에 있는 힘껏 힘을 주어 밟으니 눈 앞이 아득해지고, 시야가 좁아진다. 폭발적인 가속력만큼 브레이크 성능도 나무랄 데 없다. 2.4톤에 달하는 육중한 차체를 너무나도 손쉽게 멈춰 세운다.
이제 본격적인 트랙 시승이다. 시동을 걸어도 고요한 적막만이 흐른다. 전기차의 이런 고요함이 어색한 소비자를 위해 포르쉐는 인위적 음향 효과를 마련했다.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 에보 모델의 배기음을 베이스 사운드로 연출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포르쉐 터보 엔진과 거리가 멀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효과음이 귓가를 맴돈다.
타이칸 터보 S에는 전륜과 후륜에 각각 전기모터가 자리한다. 특이한 건 후륜에 2단 기어가 달린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별도 변속기가 필요 없다. 이런 이유로 고속에서 다소 멈칫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르쉐는 2단 기어를 개발했다. 1단 기어는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 가속력을 전달하고, 2단 기어는 고속에서도 높은 효율과 출력을 발휘하게끔 돕는다. 이런 이유에선지 타이칸은 200km/h 이상에서도 가뿐하게 재가속을 해낸다.
스포츠카 브랜드답게 백미는 코너링이다. 육중한 차체를 잡아 돌려도 라인을 그리며 잘 따라간다. 비결은 낮은 무게중심과 앞뒤 49대 51이라는 무게 배분에 있다. 타이칸 터보S에는 700kg가 넘는 배터리가 장착된다. 포르쉐는 무거운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깔아 무게 중심을 최대한 아래로 낮췄다. 더불어 완벽에 가까운 앞뒤 무게 배분은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테슬라 고성능 모델S P100D와 코너링을 견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터보S에는 93.4kWh 용량의 배터리가 장착된다. WLTP 기준 412 km를 주행할 수 있다.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300km 언저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르쉐는 타이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레인지’ 모드를 별도로 마련했다. 더불어 0.22Cd 값의 뛰어난 에어로 다이내믹 성능은 효율을 높이는데 일조한다. 일상 주행의 90%를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주행이 가능할 만큼 강력한 에너지 회수 시스템도 구축했다.
타이칸의 매력은 재빠른 달리기 실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자식 댐퍼 컨트롤 파나메라와 동일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해 안락한 승차감을 확보했다. 달리기를 위해 마련한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아닌 노말모드로 주행하면 한 없이 조용하고 안락하다. 마치 고급 세단에 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타이칸은 여러모로 매력적이다. 스포츠카 브랜드가 만든 첫번째 양산형 전기차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포르쉐라는 위상에 걸맞은 폭발적인 가속력과 발군의 코너링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쉬운 점은 예상보다 짧은 주행가능 거리다. 포르쉐 역시 이 점을 간파해 최대 시간당 270kw의 충전량을 받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국내에는 이 정도로 충전이 가능한 시설은 없다. 미래를 위한 준비로 보여진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S의 가격 2억3360만원부터다. 가격을 감안하면 매력 포인트가 떨어진다.
: 포르쉐 이름을 각인시키는 안정적인 코너링 실력과 폭발적인 가속력
: 무슨 2억원이 넘어! 1억원이면 주행거리 길고 성능 더 좋은 모델S 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