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멈췄던 車판매…코로나로 다시 달리는 `역설`

by고준혁 기자
2020.09.14 03:23:15

美 맨하임 163.7로 사상 최고·中 차판매율 8.9%↑ 2년 만에 최고
국내여행 증가가 이유…"해외여행 경비 50조원 일부, 차로 흘러"
장기 관점선 성장산업…"''하이브리드 성장주''로 현시장 대응 가능"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올 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침체됐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최근엔 전염병 확산으로 되레 호황을 누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여행은 여전히 막혀있지만 최근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관리되면서 자국 내 여행 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차 판매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당초 부진이 예상됐던 자동차 업체들의 올해 실적이 점차 회복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8월 미국의 중고차 가격 지수인 ‘맨하임 인덱스’(Manheim index)는 163.7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지난 6월부터 두 달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픽업 트럭과 고급승용차 가격이 전년동기 대비 20%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전체 지수가 16% 오르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미국의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에서 발표하는 맨하임 인덱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차종이 많이 팔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반적인 추세를 아는데 도움이 되는 지수다.

중국에서도 코로나19로 멈췄던 자동차 판매가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승용차연합회에 따르면 8월 중국의 승용차 소매 판매는 170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 지난 2018년 5월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을 나타났다. 올 1~8월까지 누적 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15.2% 감소했으나, 하반기 판매량 증대가 예상돼 올 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6~8% 가량 줄어드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상반기에 세계 주요 국가 중 가장 눈에 띄는 회복 속도를 보였다. 한국자동차사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1분기 1711만대, 2분기 1436만대로 각각 전년 대비 23.9%, 34.4% 감소한 데 비해 같은 기간 국내 자동차 수요는 38만대, 45만대로 각각 7.1% 감소, 18.8% 증가해 상반기 주요시장 중 유일하게 늘었다.

코로나19에도 최근 들어 이처럼 자동차 판매가 늘어난 원인은 역설적으로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해외 이동 제한에 있다. 먼 거리 여행이 금지돼 국내 여행객이 느는 등으로 자동차 구매 수요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당사 리서치 추정 기준으로 한국인의 해외여행 경비는 연간 50조원 수준으로 이는 연간 자동차 매출과 유사한 규모”라며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여행 축소는 내수 소비의 버팀목 역할을 해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국내 고속도로 통행량은 지난 5월부터 전년 수준을 회복한 반면, 지하철 이용객수는 7월까지도 전년 대비 감소한 수치임을 감안하면 결국 해외여행 비용 감소가 상당 부분 차량 소비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하반기에도 자동차 판매 호조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여행 증가와 도심에서 외곽으로의 거주지 이전 등 생활방식 변화가 컨택트의 대표격인 자동차 판매 증가를 견인, 수요의 서프라이즈를 지속 창출하고 있다”며 “지속성 여부는 지켜봐야 하나 삶의 방식 변화를 감안할 때 추세는 지속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실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되는 모습이다. 1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개월 전 3조3316억원에서 1개월 전 3조6612억원, 9월11일 기준 3조8057원으로 증가세다. 기아차(000270) 역시 3개월 전 1조5263억원에서 9월11일 기준 1조7067억원으로 오르고 있다.

한편 자동차는 이제 ‘달리는 스마트 폰’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예정되는 등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산업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된다. 주식 투자의 관점에서 자동차주는 이제 가치주가 아닌 성장주로 활용할 수 있단 분석도 있다.

이은택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콜옵션 이슈나 경제지표 부진 등으로 성장주 중심의 나스닥 등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맞고 있는 가운데, 생산분야는 바닥을 다지고 반등하는 등 혼란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포트폴리오에서 성장주 비중으로 낮추고 대신 자동차 등의 ‘하이브리드 성장주’에서 비중확대를 할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