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故박원순 의혹, 인권위 직접조사…진상규명 험난

by정병묵 기자
2020.08.01 07:36:00

인권위, 7명 팀 꾸려…朴 휴대폰 포렌식 ‘임시 중단’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유가족, 9개 혐의 추가로 고소
성폭행 20대 탈북자 다시 월북…경찰 “대응 소홀 인정”

이데일리 사건팀은 한 주 동안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소개하고 기사에 다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독자 여러분에게 전해 드리는 ‘사사건건’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결국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서울시의 묵인·방조 의혹을 직접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시가 관련 사안을 자체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한 뒤 “인권위가 직접 조사하라”는 여성계와 피해자 측 의견을 받아들인 셈인데요. 그러나 경찰이 진행하던 박 전 시장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이 임시 중단돼 조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주 키워드는 △고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인권위 직권조사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추가 피소 △성폭행 탈북자 재월북 파장 등입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8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실에서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열린 상임위원회에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과 서울시의 묵인·방조 의혹 등에 대한 직권조사 등을 검토하고 의결할 예정이다.(사진=김태형 기자)
인권위는 지난달 30일 오전 ‘2020년 제26차 상임위원회’를 열어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의혹 등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 행위 △서울시의 성희롱 피해 묵인·방조 의혹 △성희롱 사안과 관련 제도 전반 등을 조사합니다. 선출직 공무원에 의한 성희롱 사건 처리 절차 등도 살펴볼 계획입니다. 인권위는 7명 정도 규모로 내부 인력을 꾸려 조사팀을 구성할 계획입니니다.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 A씨 측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지 않고 직권조사를 요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진정 제기의 경우 조사 범위가 진정서에 적시된 내용에 한정되지만 직권조사는 피해자의 주장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와 권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인권위는 A씨의 변호인과 여성단체들은 물론 시민사회계에서 박 전 시장 사건 관련 조사를 직접 하라는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편 경찰이 진행 중이던 박 전 시장의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분석은 임시 중지됐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북부지법이 박 전 시장의 휴대폰 디지털 정보 추출과 관련 향후 일체 처분을 ‘준항고’에 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집행 정지하기로 결정했는데요. 박 전 시장의 유족들이 관련 조치를 법원에 신청한 데 따른 것입니다. 박 전 시장의 휴대폰은 법원의 준항고 결정이 있기 전까지 경찰청에 봉인 상태로 보관됩니다. 이에 A씨 측은“가족의 준항고 신청만으로 사실상 수사가 중단된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며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접촉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논란의 당사자인 택시기사 최모씨가 8월 2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접촉사고 후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택시기사에 대해 피해자 B모(79)씨 유가족이 9개 혐의를 더해 추가 고소에 나섰습니다. B씨 유가족은 지난달 30일 택시기사 최모(31)씨에 대해 살인·살인미수·과실치사·과실치상·특수폭행치사·특수폭행치상·일반교통방해치사·일반교통방해치상·응급의료에관한법률위반 등 9개 혐의를 더해 강동경찰서에 추가 고소했는데요.

지난 7월 8일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 한 도로에서 최씨는 폐암 4기 환자였던 B씨가 탄 구급차를 막았습니다.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습니다. 그의 아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렸고 이 사건은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구급차 기사는 B씨가 위독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송한 후 교통사고 처리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최씨는 ‘자신이 책임진다’며 구급차 뒷문을 열고 내부 사진을 찍기까지 했습니다.

유족의 법률대리인은 A씨의 사인이 위장관 출혈이기 때문에 이송 시간이 지체돼 ‘골든타임’에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참본의 이정도·부지석 변호사는 “고인의 사망 원인은 폐암이 아니라 ‘위장관 출혈’이고 이는 피고소인의 고의적인 이송 방해로 인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피고소인의 고의 환자 이송방해 행위로 A씨가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게 된 것이 아닌지 의심되기 때문에 의학전문가 등의 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여성을 성폭한 한 혐의를 받는 20대 탈북자가 월북한 사건의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합동참모본부는 “탈북민 김모(24)씨가 강화도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는데요. 전날 북한이 발표할 때까지 모르고 있다가 하루 지나서야 현장에서 발견된 가방을 근거로 월북자의 신원을 특정했습니다. 개성에 살던 김씨는 2017년 탈북할 때도 한강 하구를 7시간 동안 헤엄쳐 넘어왔습니다. 탈북자가 월북한 사건은 3년 만입니다.

김씨는 앞서 6월 12일 자택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인물입니다. 경찰은 7월 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A씨에게 채취한 증거에서 김씨의 DNA가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고,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이에 대한 조사에 나선 상황이었는데요. 경찰은 7월 18일 김씨가 차량을 훔쳤다는 신고도 받았지만 그의 행적을 찾지 않아 빈축을 샀습니다. 이러는 동안 김씨는 탈북 경로로 추정되는 강화 교동도에서 북쪽을 보며 거리를 측정하면서 ‘탈북 사전 답사’를 하고, 3000만원가량 되는 돈을 달러로 바꾼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나 7월 18일 경찰은 김씨의 지인에게 김씨가 월북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았지만 별도 조치하지 않았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 측은 조사가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출입국 조회를 해보니 출국한 사실이 전혀 없어서 출국 금지 조치를 했지만 미흡한 부분을 인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경찰은 관련 대응이 미흡했다고 판단, 지난달 31일 담당인 김포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