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연히 논란만 키운 그린벨트 해제 방안

by논설 위원
2020.07.21 05:00:00

문재인 대통령이 수도권 주택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한다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린벨트가 한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미래세대를 위해 계속 보존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같은 결정은 문 대통령이 어제 정세균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갖는 자리에서 내려졌다고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이어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까지 가세하면서 기정사실로 치닫던 그린벨트 해제 방안이 원점으로 되돌려진 것은 일단 다행이다.

이러한 방안이 관계기관 사이의 심사숙고를 거쳐 도출된 게 아니라 주택공급을 위해 급조됐다는 자체에서부터 논란의 소지가 다분했다. 이번 7·10대책 발표 때만 해도 전혀 드러나지 않았으나 정책 실패를 질타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고조되면서 임기응변 방안으로 등장했던 것이다. 해당 그린벨트를 관할하는 서울시의 극력 반대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설사 그린벨트를 해제해 아파트를 짓는다고 해서 지금의 주택문제가 해결된다고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여권 내에서조차 이에 대한 견해가 양분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칫 심각한 내부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우려도 감안했을 법하다. 차기 대선의 유력후보로 떠오른 이재명 경기지사와 정 총리까지 그린벨트 해제 반대론 쪽에 섰고, 심지어 주택문제와 업무상 연관이 거의 없는 추미애 법무장관까지 반대론을 거들고 나선 마당이다. 부동산정책 실패가 다음 대선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최대 이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졌음을 말해준다.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 공연히 논란을 확대하기보다 조기 수습하는 방안을 택한 배경이다.

문제는 그린벨트 해제 방안까지 꺼내 들어야 했을 만큼 주택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벌써 스물두 번째 대책이 발표됐어도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토론회 마이크가 켜진줄도 모르고 “집값이 안 떨어질 것”이라며 진심을 밝힌 데서도 시중의 분위기를 확인하게 된다. 정부가 그동안 검토해온 방안 외에 태릉골프장 등 국·공립 시설 부지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정책신뢰 회복이 먼저라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