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9.05.27 06:00:00
정부의 3기 신도시 계획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경기 일산과 파주 운정, 인천 검단 등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반발이 거세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지난 12일과 18일에 이어 25일에도 반대집회를 여는 등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조기완공 등 기존 신도시를 위한 교통대책을 추가로 제시했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대부분 2기 신도시에서 교통망 건설이 지지부진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출퇴근 때면 교통지옥을 겪는 파주 운정 주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하남 위례도 계획된 4개의 교통 노선 모두 미착공 상태다. 이들 지역에 미분양이 쌓이는 이유다. 이런 판국에 서울 접근성이 유리한 곳에 새로 신도시가 들어선다면 교통난 심화, 집값 하락 등 부작용이 심해질 게 뻔하다. 자칫 짓다가 만 흉물 도시가 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주민들의 반발을 이기주의로만 간주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GTX-A 노선 2023년 말 개통, 인천지하철 2호선의 일산 연장 등 교통대책을 내놨지만 현실화까지는 걸림돌이 많아 실효성 자체가 의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GTX-A 노선은 이미 10년도 넘게 표류하던 끝에 지난해 말 겨우 착공식은 했지만 여태껏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어떻게 4년여 만에 완공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인천지하철 연장에 관해서는 기본 계획조차 없다고 한다.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허겁지겁 만든 졸속 대책에 불과한 셈이다.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곳에 새로 신도시를 조성해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취지는 이해된다. 하지만 기존 신도시의 교통망 등이 부실한 상황에서 3기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본래 의도와 달리 서울 수요는 분산시키지 못하면서 기존 신도시의 몰락만을 부추길 우려가 없지 않다. 1~2기 신도시가 황폐화한다면 3기 신도시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기존 신도시 주민들의 불평을 건성으로 들어서는 곤란하다. 지금 상황이라면 3기 신도시 계획의 속도조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