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①항공운송·제조·MRO업계 협력…군수→민수, 내수→수출 타깃 바꿔야

by남궁민관 기자
2018.11.07 05:00:01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권오중 상근부회장
방산비리 척결 위해선 현실적 제도 개선 필요
업계간 협력, 정부·지자체 지원…"민수 키워야"
남북 경협 "MRO 사업 최적의 환경 조성될 것“

권오중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PT)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시며 방위산업 및 항공우주 업계 전반에 충격을 던졌다. 규모도 규모지만, 선도시장인 북미 진출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항공우주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해야한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항우협)에서 만난 권오중 상근부회장은 KAI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했지만, 향후 방산은 물론 민수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기업 뿐 아니라 정부 역시 전향적인 태도와 노력이 절실하다는 데에 적극 의견을 피력했다. 방산 분야 항공우주산업의 발목을 잡는 방산비리와 관련 정부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더 큰 틀에서는 민수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업계-지역자치단체-정부가 협력해 종합적이면서 체계적인 산업구조 구축에 나서야한다는 주장이다.

권 부회장은 “우방이 있더라도 자국의 안보는 우리 손으로 지켜야한다는 교훈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만큼 항공우주산업의 가치는 충분하다”며 “특히 고용유발계수가 타 산업에 비해 높아 2016년 기준 국내 5조9000억원의 매출액이 20조원으로 증가할 경우 약 8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긴다니,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동차나 조선을 보완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먼저 권 부회장은 방산비리와 관련 업체들의 자구노력은 물론 정부가 앞장서 현실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줄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동안 항공우주산업을 포함한 방산업계는 방산비리에 대한 부정적 여론 영향으로 다양한 규제와 함께 금융·수사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등 쉽지않은 경영환경을 이어왔다.

권 부회장은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6% 정도인 반면 방산업체의 경우 3.4%로 제조업 평균에 비해 약 50% 정도 밖에 안된다”며 “원가 부풀리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서 개발자들과 산업계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방산업계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지체상금에 대해서도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의 경우에도 프로젝트 진행시 다소 결함이 발생하더라도 오류를 시정해 나가는 방식으로 사업관리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지체상금의 경우 2016년 이전의 수주물량에 대해 상한제 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해 100% 이상 국가에 배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돼 방산업체의 개발 의지가 꺾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체의 안일한 태도로 납품이 지연될 수도 있지만, 발주처의 의견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개발기간이 단축되거나, 설계·목표 변경 등에 대응하다보면 결국 납품이 늦어지게 되고 오류에 대한 수정 과정기간이 더 해진다면 본의 아니게 업체는 억울한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며 “방산개발 품목은 기본적으로 내수가 좁아 처음부터 수출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일부 ROC((작전요구성능) 등이 세계시장의 트렌드와 맞지 않는 점도 있어 방산생태계의 건전화를 위한 방산정책 수립에 있어 보다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군수·내수 편중에서 벗어나 민수·수출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운송 및 제조 MRO(유지·보수·정비) 등 업계간 협력에 더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해져야한다는 주장이다.

권 부회장은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은 전세계 항공산업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수 분야엔 아직 완제기 또는 엔진 등 큰 단위의 제품군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향후에도 제한적인 사업구조로 갈 수 밖에 없어 본격적인 성장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민항기 완제기 사업도 중요하지만 큰 단위의 제품군을 개발하고 수출로 연결하는 전략, PAV(개인용항공기) 또는 무인기 실증사업과 연결하는 전략, RSP(Risk Share Partner) 사업 참여를 위한 준비와 함께 선진 민항기 제작사의 완제기 개발 시 주요부품 공급처로의 도약을 위한 인증지원 사업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업계 간 협력에 더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운송-제조-MRO가 별개가 아닌 하나의 항공산업으로 인식하고, 부처-지역-업체간 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관련법 및 금융지원 등 제도 개선과 더불어 3개 분야가 협업을 통한 상생 모델을 발굴해 민간·지자체의 투자를 통해 정부의 지원을 공동으로 이끌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조, 운송, MRO가 따로, 지자체별 따로, 이런 방식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없으며 중앙정부의 지원만 바라보는 방식 역시 한계가 있다”며 “협회는 실효성 있는 정책, 제도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현장과의 스킨십을 통해 산업계간 상생·발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권 부회장은 최근 남·북간 화해무드에 따른 항공우주산업의 협력 로드맵도 함께 제시했다. 단시간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중장기적인 교류를 통해 경제제재 해소 및 인프라 여건이 구축한다면 충분히 새로운 기회 발굴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LCC(저가항공사)를 중심으로 한 일자리 창출 및 관광사업 개발 뿐 아니라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권 부회장은 “항공우주산업 제조분야는 기계, 전자, 소재, IT 등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산업으로 현재 북한의 인프라 여건 및 경제제재 등으로는 산업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남측에서 물량을 제공하고 북측에서 제작하는 협업은 사실상 어렵고 그 만큼의 물량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점진적이면서도 단계적인 협력이 진행된다면 최종적으로 MRO 사업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우선 권 부회장은 “남·북 간 물적, 인적 자원이 연결될 수 있도록 북한 내 공항 인프라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공항들은 대부분 낙후돼 있기 때문에 안전한 운항이 보장될 수 있도록 활주로 포장 등 공항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도로를 정비하려면 엄청난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효율적인 공항부터 우선적으로 정비하여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어 “공항의 현대화가 이루어지고 난 후 다음 단계는 남북 간 신규 노선 개설”이라며 “양양, 청주, 무안 등 남한 지역 공항과 순안, 삼지연, 원산 등 북한 지역 공항을 연결하는 직항노선을 개발해 남·북 연계 관광을 추진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 가시적 사업성과도 확실하다. 권 부회장은 “이 단계까지 완료되면 중국, 러시아 등의 항공사 노선도 취할 것”이라며 “지역기반 저가항공사(LCC)를 신규 설립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남·북한 연계 관광 상품 공동개발, 조종사 및 엔지니어 교육 등 상호 교류도 확대해 나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종 단계에는 북한 공항주변 MRO 단지 활성화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권 부회장은 “기반이 조성되고 운송 분야가 안정화되면 남한의 기술이전 및 정보공유, 교육이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 북한 공항주변에 MRO 단지를 구성해 지역공항 및 항공사와 연계한 민수중심 자체수리 및 정비를 실시할 수도 있다”며 “남측의 자본과 기술에 북측의 저렴한 노동력이 더해진 다면 MRO 사업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 조성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