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남성 화장품 시장, 경쟁 치열해진다

by이성웅 기자
2018.09.13 06:00:00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2020년 1조4000억원까지 성장 전망
화장품업계는 물론 의류업계서도 남성 화장품 시장 넘봐
LF, 첫 화장품 브랜드로 남성 화장품 ''룰429'' 출시
애경산업·샤넬도 남성 색조 화장품 출시

LF ‘헤지스 맨 스킨케어 룰429’ 출시 행사에서 모델들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LF)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의류·화장품업계가 남성 화장품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규모만 따지면 전체 화장품 시장의 10% 남짓에 불과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기존 화장품업체는 물론 의류업체에서도 남성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점차 경쟁이 거세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12일 시장조사전문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4.1% 성장한 1조280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가 약 13조60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전체 시장 대비 비중은 9.4% 수준이다.

비중은 작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7300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오는 2020년엔 1조4000억원대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남성 1인당 화장품 구매액도 45달러(약 5만500원)로 한국이 세계 1위다.

이처럼 남성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자 기존 화장품업계는 물론 의류업계에서도 남성 화장품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LF(093050)는 지난 3일 대표 브랜드인 ‘헤지스’의 이름을 내걸고 남성 화장품 브랜드 ‘헤지스 맨 스킨케어 룰429(이하 룰429)’를 출시했다.

LF가 화장품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장품 사업에 처음으로 뛰어들며, 여성이 아닌 남성 화장품을 택한 배경에는 포화상태인 여성 화장품보다는 남성 화장품이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발휘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계산이 깔렸다.

룰429는 빅데이터로 남성의 피부 특성과 생활양식을 분석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기능성 허브 5가지를 조합한 독자 성분도 만들었다. 제품 생산은 코스맥스(192820)에서 맡았다.



현재는 클렌징폼과 스킨과 로션, 에센스 등을 한 병에 담은 올인원(All-in-one) 등 기초 제품만 내놓고 있지만, 향후 색조 화장품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애경산업 ‘스니키’ 제품 (사진=애경산업)
화장품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로 급성장 중인 애경산업(018250) 역시 지난달 남성 화장품 브랜드 ‘스니키’를 선보였다.

스니키는 기초제품 외에도 컨실러, 아이브로우 등 색조제품도 선보였다. 아직까지 화장하는 남성에 대한 인식이 정착되지 않은 만큼, 제품을 사용해도 티 나지 않도록 개발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BB크림 등을 선크림 대용으로 바르는 남성이 늘어남에 따라 선크림만 3가지로 세분화해서 출시했다. 피부 톤이나 피부상태에 맞게 골라 쓸 수 있다. 립밤도 겉보기엔 흰색이지만, 바르는 횟수에 따라 색감이 조절되는 특징이 있다.

프랑스 고급 브랜드 샤넬도 지난 1일 브랜드 사상 첫 남성용 화장품 라인인 ‘보이 드 샤넬’을 선보였다.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이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함에 따라 샤넬은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보이 드 샤넬을 공개했다.

샤넬은 기존에도 남성용 향수나 남성용 기초 화장품을 판매해왔지만, 보이 드 샤넬을 통해 파운데이션부터 아이브로우 등 색조 화장품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남성에게도 피부나 외모가 경쟁력이 되고 있고, 화장품을 사용하는 남성이 이상하지 않게 비춰지고 있다”며 “외모를 가꾸는 남성도 늘어나 그만큼 시장이 더 커져야하지만, 아직까지 남성에 특화된 화장품 공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