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에서] 83%에서 60%로 하락…文대통령 지지율에 무슨 일이?
by김성곤 기자
2018.08.06 06:00:00
文대통령 지지율, 지난 5월 취임 1주년 이후 20% 포인트 이상 하락
철옹성 지지율 이상 조짐…역대 대통령과 비교시 여전히 높은 수준
추가 하락 여부 놓고 설왕설래…마지노선인 60% 방어 위태롭다?
서울·영남·자영업자 하락폭 커…향후 경제문제 대처 관심 집중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휴가지인 충남 계룡대의 휴양시설에서 독서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들고 있는 책은 소설가 김성동의 장편소설 ‘국수’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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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역대 어느 대통령도 누려보지 못한 고공 지지율을 기록해왔습니다. 취임 초에는 불가능의 영역으로만 보였던 ‘꿈의 지지율’ 90%를 찍기도 했습니다. 이후 크고작은 호재와 악재의 반복 속에서 대체로 70%대 박스권을 유지해왔습니다.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지지율이었습니다.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을 찍었던 유권자들은 물론 다른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 절반 정도가 문 대통령을 지지해야 가능한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철옹성으로만 느껴졌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상 조짐입니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하락세가 뚜렷합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취임 1주년을 즈음해 83%를 정점으로 불과 석 달 만에 20% 포인트 이상 추락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다만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60%선 방어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외교안보분야 성과는 이미 지지율에 반영돼있는 만큼 추가상승을 이끌어낼 동력이 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최근 지지율 하락의 주범이었던 경제문제의 경우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도 딜레마입니다.
지지율로만 본다면 문 대통령은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지도자 중 한 명입니다. 지지율이 80%대에서 70%대로 혹은 70%대에서 60%대로 떨어져도 ‘급락’이라고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떨어진 지지율마저도 누군가에는 달성하고픈 ‘꿈의 지지율’입니다. 비슷한 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우 36%라는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지난 4월 사학스캔들의 여파로 31%까지 추락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으레 높은 것이었고 특별한 뉴스로조차 취급받지 못했습니다. 예외는 지난 1월말이었습니다. 가상화폐 정책혼선과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공정성 시비로 지지율이 60% 아래로 추락한 때였습니다. 문 대통령 지지율도 이제 대세하락기라는 진단이 나왔지만 거짓말처럼 곧 회복됐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이어진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북미정상회담이라는 메가톤급 호재의 여파로 올 상반기 70∼80% 사이를 넘나들었습니다.
지지율을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선은 담담합니다. 오르던 내리던 개의치 않겠다는 게 대체적 반응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압승과 관련, “일부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덕분에 그런 결과를 만들어냈다 말씀하지만 그건 정말 온당치 못한 이야기”라면서 “대통령이 혼자서 잘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손사래를 친 바 있습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지율과 관련해 별다른 보고를 받지 않는다는 후문입니다. 청와대는 지난 1월 지지율 하락 당시에도 “여론조사는 떨어질 수도 올라갈 수도 있다”고 짧게 언급할 뿐이었습니다. 지지율이야 높을수록 좋겠지만 고공 지지율이 임기말까지는 이어지기 어렵다는 냉철한 현실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임기 중반 대통령 지지율은 50%대 중반만 돼도 국정수행에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최근 지지율 하락세가 아쉽기는 해도 정상화 수준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대부분입니다. 그동안의 지지율이 오히려 너무 높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아무리 어려워도 당분간 50%대 중반 이하로는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묘한 자신감도 깔려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도 보수야당은 반사이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100석이 넘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고작 5석에 불과한 미니정당인 정의당에조차 뒤지는 현실입니다.
문 대통령의 올해 최고 지지율은 83%였습니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여파와 취임 1주년에 맞이한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한국갤럽의 5월 1주차 여론조사에서 83%를 얻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노태우 대통령 45% △김영삼 대통령 55% △김대중 대통령 60% △노무현 대통령 25% △이명박 대통령 34% △박근혜 대통령 56%와 비교해도 엄청난 수치입니다. 문 대통령은 이후 70%대 중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6.12 북미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 직후 79%를 찍었습니다. 이상한 건 이후 줄곧 하락세입니다. 79% → 75% → 73% → 71% → 69% → 67% → 62% → 60%. 7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7월 2주차 조사에서 70%선이 무너졌고 8월 1주차 조사에서는 60%에 겨우 턱걸이했습니다. 대통령 국정수행을 부정 평가하는 국민들도 크게 늘었습니다. 5월 1주차 조사에서는 10%에 불과했지만 8월 1주차에는 29%로 세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한국갤럽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 다른 여론조사기관들의 대통령 지지율 조사 결과도 대동소이합니다.
왜 떨어졌을까요? 우선 지역적으로는 서울과 영남권이 눈에 뜁니다. 지지율 83%를 기록했던 5월 1주차 조사에서 서울은 85%로 평균 이상이었습니다.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도 각각 74%와 70%로 전국 평균보다 10% 안팎 부족했습니다. 지지율 60%를 기록한 8월 1주차 조사에서는 서울은 58%로 전국 평균보다 2%포인트 아래였습니다. PK는 45%, TK는 41%로 전국 평균과 20% 가까이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세대별로도 20대를 중심으로 모든 계층에서 하락했습니다. 5월 1주차 조사에서 90%에 육박했던 40대 이하 계층의 지지율은 20% 포인트 안팎으로 떨어졌고 50대 이상에서도 30% 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의 하락세가 두드려졌습니다. 5월 1주차 조사에서는 83%로 다른 직업군과 마찬가지로 80%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8월 1주차 조사에서는 49%로 거의 반토막 수준입니다.
향후 지지율 추이는 전망이 엇갈립니다. 지난 1월과 마찬가지로 일시적 하락기로 또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예상 가능한 호재들이 적지 않습니다. △평양방문과 제3차 남북정상회담 △노벨평화상 수상 △남북미중 4자 합의에 따른 종전선언과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여부 등에 따라 지지율이 다시 오를 수 있습니다. 반면 지지율 상승은커녕 현 지지율도 방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정반대의 예상도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문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평화가 중요하다 한들 빵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논리입니다. 한국갤럽의 8월 1주차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이유’를 살펴보면 지지율 상승과 하락 요인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긍정평가의 주요 이유는 대북정책이나 외교안보 분야인 반면 부정평가의 주요 이유는 주로 경제문제였습니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 이유는 △북한과의 대화재개 12% △외교잘함 11% △대북안보 정책 9% △서민 위한 노력과 복지확대 9% △소통잘함·국민공감 능력 8% 등의 순이었습니다. 외교안보나 대북정책이 전체 긍정평가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경제문제 대처를 긍정 평가 이유로 꼽은 이들은 불과 1∼2%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는 경제문제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우선 경제·민생문제 해결부족이 38%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대북관계·친북성향 11% △최저임금 인상 6%△ 원전정책·탈원전 4%% △보여주기식 정치 4% 등의 순이었습니다. 이는 경제문제에서 성과가 없을 경우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시그널입니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4개월째입니다. 이제 △조기대선 여파로 인수위 부재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따른 안보위기 지속 △과거 보수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작업 등의 핑계를 댈 수도 없습니다. 오직 실력과 성과로만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더구나 잡힐 듯 말듯 여전히 위태로운 부동산 문제와 결정장애에 빠져버린 교육정책은 지지율 추가 하락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 요인입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으로, 시민사회수석으로, 비서실장으로 노무현 대통령 곁을 지켰습니다. 60%로 시작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첫해부터 20%대 초반으로 곤두박질치더니 임기 내내 20∼30대% 사이를 오르내렸습니다. 극심한 레임덕에 시달릴 때는 10%대 초반의 통치 불능 상태에도 내몰렸습니다. 이를 모두 지켜봤던 문 대통령은 지지율의 본질과 요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6.13 지방선거 압승 이후 결코 지지율과 승리에 자만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받았던 높은 지지는 한편으로는 굉장히 두려운 일입니다. 그냥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는 정도의 두려움이 아니라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정도의 두려움이라 생각합니다. 지지가 높았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뜻입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더 잘하라는 주마가편 같은 채찍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지지에 대해서 답하지 못하고 높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우리 정치사를 보더라도 앞에 선거에서의 승리가 그 다음 선거에서는 아주 냉엄한 심판으로 그렇게 돌아왔던 그런 경험들을 우리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후 국정운영의 3대 원칙으로 △유능한 정부 △높은 도덕성 △겸손한 태도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맨 처음에 ‘유능한 정부’를 내세운 것은 경제를 포함해 국정 모든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압승을 발판으로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2020년 21대 총선까지는 일에만 몰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논란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매우 어렵습니다. △타협 없이 ‘직진 앞으로’를 외치는 사람들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속도조절 또는 방향수정’을 요구하는 사람들 △허황된 이상론이라며 ‘전면 수정이나 폐기’를 주장하는 사람들. 공존 불가의 주장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배고픈 평화의 유통기간이 이르면 연말연초에는 끝이 난다는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과연 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향후 지지율 추이는 거기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