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태극전사 축구 투혼 사회적 에너지로

by논설 위원
2018.06.29 06:00:00

월드컵 태극전사들이 우리 축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어제 새벽에 끝난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전차군단’ 독일을 2-0으로 꺾는 이변을 낳은 것이다. 이미 스웨덴과 멕시코에 연달아 졌기 때문에 16강에 오르려면 무조건 독일을 2점 차이 이상으로 누르고 멕시코-스웨덴전 결과를 지켜봐야 했던 우리로선 더할 나위 없는 통쾌한 승리였다.

경기에 앞서 도박사들은 한국이 이기기보다는 독일이 7-0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양팀은 세계 랭킹이 각각 1위, 57위이고 선수들 전체 몸값도 1조 1400억원과 1100억원으로 무려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우리 태극전사들은 마지막 투혼을 살린 반전 드라마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1%의 기적’을 연출하고도 16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안타깝기만 하다. 스웨덴이 멕시코에 이긴 끝에 두 나라가 조 1~2위로 나란히 16강에 올랐고, 우리는 골득실차로 독일에 앞선 3위로 만족해야 했다. 다만 월드컵에서 독일에 패배를 안긴 유일한 아시아 국가라는 기록과 함께 무명 골키퍼 조현우의 스타 탄생은 이번 월드컵의 소중한 소득이다.



이번 독일전 승리의 비결은 1%의 가능성도 결코 낮게 보지 않은 선수들의 정신력에 있었다. 공 점유율은 독일이 70%로 압도적이었으나 선수들이 뛰어다닌 거리는 우리가 118㎞로 독일보다 3㎞ 더 뛴 게 그 증거다. 첫 경기인 스웨덴전의 전술 실패와 정신력 해이를 일각에서 문제 삼지만 멕시코를 3-0으로 완파한 스웨덴을 만만하게 본 잘못부터 되짚어 보는 게 순서다.

지난 브라질대회에 이어 두 차례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축구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무관심이다. K리그 관중석은 텅텅 비운 채 4년에 한 번씩 ‘대~한민국’을 외치는 식이라면 2002년 4강 신화의 재연은 언감생심이다. 최선을 다하다가 실수를 저지른 본인은 물론 그 가족까지 싸잡아 인신공격을 퍼붓는 천박한 풍조에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 독일전 승리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그 집념의 투지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서로 용기와 격려를 불어넣으면서 지금의 어려운 고비를 헤쳐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