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북미정상회담 성공 도울 것” 강조…트럼프 “회담 열릴지 두고봐야” 연기 시사(종합)

by김성곤 기자
2018.05.23 05:00:00

1박 4일 초단기 실무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회담 및 업무오찬
북미정상회담 무산 위기에 한미공조 재확인…北 비핵화·체제보장 논의
폼페이오 국무장관·볼턴 안보보좌관 접견…한반도평화구축 협조 당부
방미 이후 김정은 위원장과 핫라인 통화 가능성…美 의중 北에 전달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위기에 빠진 북미정상회담을 정상궤도로 올려놓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외교에 나섰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현지시간 22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북한의 비핵화 합의 이행방식 등을 집중 논의했다. 남북 및 북미가 기선제압을 위한 ‘밀고 당기기’을 주고받으며 가다 서다를 반복해온 북한 비핵화 논의가 중대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은 특히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워싱턴 현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이 1박4일 일정의 초단기 방미에 나선 건 순항 중이던 북미정상회담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 남북고위급회담 개최 연기와 북미정상회담 무산 가능성 경고 등 대남·대미 강경기류로 돌아섰다. 자칫하면 북미정상회담도 좌초 위기다. 문 대통령이 서둘러 중재외교 역할을 자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이제 남은 것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핫라인 통화다. 북미가 문 대통령을 매개로 간접적인 의사타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 벌써 네 번째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세 차례 미국을 방문했고 트럼드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국빈 방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단독회담 및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 추진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최근 북한이 예상 밖의 벼랑끝 전술을 들고 나오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두 정상은 이에 따라 사전 각본 없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솔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최대 목표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개최였다. 또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인 이행 방식과 시기를 둘러싼 해법도 주요 과제였다. 이 과정에서 한미간 공조방침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4.27 판문점선언 합의대로 남북관계의 지속적 발전에 변함이 없다며 남북관계 진전에서 미국 측과의 소통 및 공조 유지 입장을 전달했다.

두 정상은 특히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에서 내달 중순 북미정상회담 여건 및 준비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향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과 방안 등에 대해 중점 협의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부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힘을 통한 평화’라는 대통령님의 강력한 비전과 리더십 덕분에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었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세계평화라는 꿈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며 “지난 수십 년 간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바로 트럼프 대통령께서 해내시리라고 저는 확신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한국과 한반도의 운명과 미래에도 대단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저도 최선을 다해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돕고, 또 트럼프 대통령과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이라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을 안 할 것”이라면서 “회담이 안 열리면 아마도 회담은 다음에 열릴 것이다. 열리면 좋을 것이고 안 열려도 괜찮다”고 북미정상회담의 조건부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이행 시 북한에 ‘밝은 미래’를 제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에 대해 밀도있는 협의도 가졌다. 완전한 비핵화 이행에 대한 반대급부로 △제재해제와 경제지원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 등의 당근을 제시해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보다 앞당기겠다는 의지다. 아울러 대화 테이블에서 이탈한 북한을 복귀시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양 정상의 의지다. 윤 수석은 이와 관련,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최근 북한이 보인 한미 양국에 대한 태도에 대해 평가하고, 북한이 처음으로 완전 비핵화를 천명한 뒤 가질 수 있는 체제 불안감의 해소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문 대통령은 특히 ‘북미정상회담의 개최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 북미 간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와 체제 안정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 핵심 실세도 접견,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싱턴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안보 보좌관을 만나 “앞으로 북한과의 협상은 지난한 여정이 돨 것인 만큼 우리는 많은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께서 이러한 쉽지 않은 과정을 넘어 전 세계에 희망의 새 시대를 여는 역사적 위업을 이루시도록 두 분께서 잘 보좌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흔들림 없이 차분하게 북한과의 협의에 매진해 나가달라”고 당부하면서 “우리 정부로서도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미국인 억류자 3명의 무사 귀환으로 북미정상회담 성공의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한 폼페이오 장관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에 “대단히 감사하다. 서훈 국정원장과 북한 문제에 대해 굉장히 잘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 역시 “한국 측과 상당히 좋은 협력을 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워싱턴의 한국대사, 우리가 상대한 모든 분들이 대단히 협조적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한미가 북미정상회담 성공 개최 및 북한의 비핵화 해법에 대한 긴밀한 공조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이제 관심사는 대북설득 여부다. 최대 관심사는 지난달 20일 개설 이후 이뤄지지 않고 있는 남북정상간 핫라인 통화다. 24일 문 대통령의 귀국 이후 특정시점에 핫라인 통화가 전격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비핵화와 체제보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하는 승부수를 통해 북한을 다시 한 번 대화테이블로 이끌어낸다는 전략을 고려해볼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의 대남 강경기류로 중단된 남북대화 재개도 시급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북한이 비난한 맥스 썬더 한미연합군사 훈련의 종료일인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재개가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