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번역가, "번역은 실력보다 인맥"이라고 말했다?
by박지혜 기자
2018.04.27 00:51:13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최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어벤져스3)’로 인해 박지훈 번역가에 대한 영화 팬들의 볼멘소리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뻗어나갔다. 특히 그가 “번역은 실력보다 인맥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그의 발언이 사실일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국내에서 개봉한 지난 25일 청와대 홈페이지 내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지훈 번역가의 작품(번역) 참여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금까지 영화에서 수많은 오역을 하여 각종 비난과 퇴출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문제의 박지훈 번역가의 작품(번역) 참여를 반대하고 퇴출을 원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박지훈 번역가의 오역 논란이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뿐만 아니라 영화 ‘007 스카이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 등에서도 불거졌다며 예시를 제시했다.
 |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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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내용이 국민 청원에까지 올라오게 된 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작은 오역 실수가 아닌 전체 이야기를 좌우할 수 있는 대사를 잘못 번역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특히 청원인은 “본인(박지훈 번역가)의 발언대로 ‘번역은 실력보다 인맥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보아 실력이 없고 사상최악의 오역가 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음에도 일감이 주어진다는 것은 비리가 아닌가 생각이 들게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훈 번역가는 2013년 텐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영화 번역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은데 비해, 진입 장벽은 높은 것 같다. 인맥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라는 기자의 질문에 “인맥, 중요하다. 인맥이 1차라고 본다. 나 같은 경우에도 소니에서 시작을 했는데, 그게 연결이 돼서 워너와 폭스에서 연락이 왔다. 평가가 좋게 났는지, 로컬 업체 쪽에서도 연락이 왔고. 그게 다 긍정적인 의미의 인맥이라고 본다”면서 “그런데 모든 분야가 다 그렇지 않나. 혼자 잘났다고 설쳐봐야 끌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힘들다. 물론 경험이 전무하고 실력도 없는데, 인맥만으로 꽂아줄 수는 없지만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맥이 없는 사람에게) 내 경험을 그대로 얘기해 주겠다. 나도 처음엔 이력서를 들고 직배사와 로컬 업체들을 찾아다녔다. 그때는 아무도 안 써줬다. 문을 안 열어줘서 못 들어간 적도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직배사들은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게 번역을 의뢰하는데 보수적이다. 학력이 좋다고 해서 쓰는 것도 아니고, 외국에 오래 살았다고 해서 쓰는 것도 아니다. 진짜 실력을 보려면 영화를 맡겨야 하는데 그거 자체를 모험으로 여기니까 처음 일을 시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뚫기가 어려운 거다”라고 설명했다.
또 박지훈 번역가 퇴출 청원에 대해 “청와대에서 답변할 문제가 아니다”, “청원에 알맞지 않은 내용이다”, “청와대 청원에 항의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등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해당 청원은 시작된 지 만 하루가 지난 27일 0시 현재 2650명의 동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