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유성 기자
2017.09.27 05:00:00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글로벌 상위 100대 스타트업이 한국에 진출한다면 70%가 규제에 걸려 사업 못한다.”
국내 대표 스타트업으로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고 있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국내 스타트업 성장을 막는 규제에 대해 질타했다. 역차별적 규제로 한국 디지털 경제가 해외 서비스의 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26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1주년 기념 키노트 스피치에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지난 7월 글로벌 스타트업 상위 100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했다”며 “이들중 한국에 사업한다면 40%가 불법, 30%가 부분적으로 불법”이라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우버나 디디추싱은 운수법에 저촉돼 안되고, 에어비엔비는 숙박법에 걸려 안된다”며 “상당수 대표들은 구속되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실제 우버는 2015년 3월 불법으로 규정됐다. 반면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은 중국 콜택시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그는 본인의 휴가 경험을 예로 들어 지나친 국내 규제 상황에 일침을 가했다. 김 대표는 “얼마전 숙박업소를 에어비엔비를 통해 예약했는데, 그 업소를 야놀자가 취급할 수 없다고 했다”며 “이수진 야놀자 대표에 왜냐고 물었는데, 국내 사업자는 규제에 걸려 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이 규제에 막혀 있는 동안 에어비엔비 등의 해외 업체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예다.
김 의장은 “지금 우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며 “해외 기업은 제품 혁신을 위해 골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 상당수는 법적 규제 해결 업무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기업과 비교해 국내 기업이 받고 있는 역차별 문제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배달의 민족이 광고비를 많이 내고 있는 서비스는 네이버가 아니라 유튜브나 페이스북”이라며 “이들 해외 업체들이 얼마나 버는지 파악이 안되고 세금도 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5~10년 지나면 이들 해외 업체가 한국 시장을 장악하고 우리는 이용자로 전락할 수 있다”며 “실례로 조카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서비스 상당수가 해외 서비스”라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역할에 대한 기대론도 밝혔다. 그는 “상속으로 부를 축적했던 이전 세대에서 창업을 통해 새로운 부자들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야놀자 이수진 대표, 저를 포함해 공고를 나오고 2년제 나온 사람들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게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미래의 한국 경제에 기여한다면 대기업이나 제조업이 아닌 ICT 기반 산업”이라며 “(국내 스타트업을 향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지난해 9월 26일 출범한 스타트업 자체 모임이다. 기관이나 기업에 속해 있지 않다. 스타트업들이 당면한 문제를 논의하고 개선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보였다.
다만 김 의장은 “정기 포럼과 정기 워크숍 등을 통해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면서도 “이런 것들에 정부나 국회에 많은 얘기를 했지만 아직은 우리의 목소리가 작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