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승현 기자
2017.06.13 06:46:53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차별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국가인권위원회의 ‘2016 국민인권의식조사’를 보면 정치인(28.9%·1순위 및 2순위 통합비율)이 1위다. 이어 검찰(25.6%), 군상급자(22.7%), 경찰(20.1%) 그리고 직장상사(18.0%) 순서다. 직장 동료(4.3%)에 의한 인권침해 경험 비율도 낮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위상강화 지시로 힘을 얻은 인권위(위원장 이성호)의 새로운 지향점은 기업이다.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간 시대에 기업 등 민간부문의 인권침해까지 살펴야 국민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화두도 ‘인권경영’으로 정했다.
인권위는 정부 차원에서 기업활동의 인권친화적 수행을 골자로 한 ‘기업과 인권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수립하라고 최근 국무조정실에 권고했다. NAP는 기업의 인권경영 유도를 위한 각종 규제와 지원이 담긴 정부의 종합계획이다.
공기업에는 인권경영의 확산을 위해 앞장서라고 압박 중이다. 대표적으로 공기업 경영진에게 인권경영을 직접 요구해 성과를 공개토록 하고 경영평가에도 관련 지표를 반영케 할 방침이다.
대기업에도 규범적 제도를 강제하는 면이 적지 않다. 일정 규모 대기업을 대상으로 인권과 환경보호 등과 관련한 공시의무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사례처럼 기업 활동으로 불특정 다수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효과적인 피해구제를 위해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있다. 인권경영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지원책도 있다.
중소기업에 대해선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당장 인권경영을 요구하기 보다는 최저임금 준수와 여성·비정규직·외국인 노동자 차별해소, 근로기준 및 산업안전 기준 준수 등 준법경영을 정착시키는 게 목표다.
당장 기업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건 뻔하다. 어려운 경제여건에 일자리 창출 압박을 받는데 인권경영까지 하라는 건 규제로 받아들여진다. 사적경영을 침해할 수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인권위도 이를 의식한 듯 규제와 처벌 위주로 인권경영을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공기업·대기업·중소기업에 대해 각각 다른 접근을 시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권경영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인권위는 먼저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주력할 것을 제안해본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일상의 가장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경찰 등 공권력의 법집행 못지않게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가 국민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나의 삶에 가장 익숙한 환경은 삶을 개선할 수도 혹은 망가뜨릴 수도 있다. 그런면에서 효율·수익 등의 단어가 어울리는 기업경영에도 인권개념이 들어가야 하는 당위성을 더이상 부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인권경영은 국제적 흐름’이라는 말에 기업들이 얼마나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규제와 처벌 등 팔 비틀기 식으로 나서면 효과는 그때뿐일 가능성이 크다.
직원과 소비자로서 역할이 중요하다. 일반 국민이 인권경영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고 그 의미를 체화하면 직원으로서 소비자로서 변화된 행동에 나설 것이다. 특히 소비자 행동에 주목한다. 정부가 소비자 활동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등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 경영진도 생존을 위해 바뀌어야겠다는 자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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