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집 없는 청년 두번 울리는 서울시 임대주택 사업

by김기덕 기자
2017.02.24 05:30:00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집값 떨어지는데 장사 있습니까?”

청년 임대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을 찾아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에게 주민들이 해당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를 묻자 이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서울시가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2030 청년세대의 주거 안정을 위해 ‘서울리츠’를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서울리츠가 들어설 예정인 양천구 신정동과 은평구 진관동 주민들이 반대서명 운동에 나서면서 청년 임대주택 사업은 첫 삽을 뜨기 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서울시는 2015년 7월 서울리츠 사업을 발표하면서 1호 사업으로 양천구와 은평구 일대에 청년주택 1500여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임대료를 받고 연간 임대료 상승률도 5% 이하로 제한해 주거비 부담으로 고통받는 청년 세대들에게 획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임대주택 부지에 커뮤니티 시설이나 사무실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길 원하고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집값 때문이다. 공공용지에 주변보다 싼 시세를 받는 입주민들이 들어서면 주변 상권 활성화나 집값 상승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게 주민들의 논리다.

서울시는 지역 이기주의의 전형적인 행태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미 사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들과 충분히 협상한 만큼 사업은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과연 서울시 주장대로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쳤는지 의심스럽다. 지난해까지 공급된 임대주택은 총 25만8630가구. 이 중 청년 임대주택이 가장 공실률(빈집 비율)이 높다고 한다. 대학교에서 가깝거나 주거 편의시설이 밀집된 곳에 주택을 공급하지 않은 탓이다. 서울시가 역세권 2030청년주택 사업을 통해 용산구 한강로2가에 조성 중인 임대주택도 높은 임대료 등을 이유로 4월 입주자 모집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논란이 되고 있다.

‘헬조선’을 외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청년들에게 거주 문제는 더이상 모른 척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중차대한 사회적 과제다. 좀 더 정교하고 치밀한 사전 작업을 거치지 않은 서울시의 행보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