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봤어요]안전에 첨단을 더한 SUV '볼보 XC90'

by김형욱 기자
2016.06.09 06:00:00

[영종도(인천)=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안전에 첨단을 더했다.’

최근 인천 영종도에서 3시간여 시승한 볼보의 새 대형 SUV ‘XC90’의 첫인상이다. 과거 볼보자동차는 안전에 대해서는 편집증적이리만치 철저했지만 첨단의 느낌은 아니었다. 고급스러움도 오랜 역사의 독일차에는 못 미치는 인상을 줬다.

올 뉴 XC90은 달랐다. 첨단·고급의 느낌을 모두 살렸다. 수입차 동급 1위를 목표로 한 볼보차코리아의 자신감이 과장이 아니란 걸 확인했다.

볼보의 대형 SUV XC90 주행 모습. 볼보자동차코리아 제공
볼보 올 뉴(All New) XC90 터치스크린. 클래식하지만 다소 불편했던 이전 볼보차와 달리 다양한 기능과 손쉬운 터치식 조작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화면이 지난 3월 국내 출시한 르노삼성 SM6처럼 세로로 돼 있는 게 눈길을 끈다. 실제 더 편한 느낌이다.
볼보 XC90 스티어링 휠(핸들). 핸들 가운데 왼쪽이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정속주행장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과 차선유지장치(LKAS)를 조작하는 버튼이다. 몇 번만 사용해 봐도 금방 익숙해진다. 오른쪽은 계기판 화면과 음량 등 인포테인먼트를 조작하는 버튼이다.
운전석에 앉은 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세로 형태의 터치스크린이었다. 르노삼성 SM6에 이어 국내 판매 모델로는 두 번째 시도다. 스마트폰에 익숙해져서인지 더 편하다. 조작법도 스마트폰과 닮았다. 손으로 밀면 다음 화면이 뜬다. 여기에 안전 옵션을 비롯한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세팅할 수 있다.

처음이었고 기능도 많았지만 이내 조작법에 익숙해졌다. 그만큼 직관적이다. 이전 모델 때 43개이던 조작 버튼이 8개로 줄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스칸디나비아 느낌이 물씬 풍기는 크리스탈로 장식된 시동 버튼을 돌리고 시동을 켰다. 볼보가 자랑하는 자율주행 기술부터 시험해 봤다. 볼보 XC90엔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정속 주행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과 차선 가운데를 유지하며 달리는 차선유지장치(LKAS), 차량은 물론 보행자까지 인식하는 시티 세이프티 기능이 기본 모델부터 기본 탑재됐다.

도심이든 고속주행 때든 SCC는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끼어드는 차도 인식해 거리를 조절했다. 일반 도로에서의 시승이어서 보행자 인식 등은 위험한 부분까진 시험할 수 없었으나 일상 주행에서의 보조 장치로 충분히 활용할 만했다.

볼보 올 뉴(All New) XC90 운전석 오른쪽 센터 콘솔의 시동 조작 스위치. 버튼 대신 돌리는 방식을 채택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바로 밑에는 돌리는 방식으로 스포츠·노멀·에코 등 주행 방식을 설정할 수 있는 다이얼이 있다.
볼보 XC90 앞좌석 위 후사경(백미러) 쪽에 설치된 ‘인텔리세이프’. 카메라와 레이더를 이용해 앞차와의 거리, 차선 간격을 측정하는 자율주행 기능의 핵심 장치다.
볼보 올 뉴(All New) XC90 계기판. 가운데 내비게이션 지도가 있고 왼쪽 속도계 하단에 자율주행 모드의 상태가 표시된다.
볼보 XC90 계기판. 속도계 밑 운전석 모양이 초록색이 되면 차선유지장치(LKAS)가 활성화됐다는 뜻이다.
고속도로에서 핸들을 놓고 80~100㎞로 달리며 LKAS도 시험해 봤다. 약간은 아쉬웠다. 고속 주행 때도 스티어링 휠(핸들)을 어느 정도 잡아주기는 했지만 약간 불안했다. 곡선구간 등에서 LKAS 작동 여부를 알리는 초록 불이 켜졌다 꺼졌다 했다. 차선을 약간씩 벗어나기도 했다. 아직은 어디까지나 안전 보조장치다. 완전한 자율주행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기능을 켜 놓으면 사고를 줄이는 보조 역할은 톡톡히 할 것 같다. 핸들을 잡고 있어도 차선 중심으로 가기 위해 핸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지·정체가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 SCC·LKAS를 켜 놓으면 사실 운전자의 핸들·페달 조작이 거의 필요없는 수준까지는 온 듯하다. 핸들을 아예 놓고 있으면 약 10~20초 후엔 ‘조향하십시오’란 경고가 뜬다.

사실 볼보는 이전에도 모든 차에 ACC를 적용했다. 그러나 시속 50㎞ 이후에서만 쓸 수 있던 이전과 달리 XC90부터는 막히는 저속 구간에서부터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전·후방 주의까지 게을리하면 안 된다. XC90을 비롯한 모든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능은 아직 법적 보호까지는 받지 못하는 보조 기능이다. 사고는 제조사가 아닌 운전자 과실이다.

성능도 만족스럽다. 시승한 디젤(D5)·가솔린(T6) 모두 배기량 2.0리터 터보 엔진에 8단 변속기, 사륜구동(네바퀴굴림) 방식을 조합했다. 대형 SUV인만큼 차체가 무겁고 컸지만 단단하게 잘 뻗어나갔다. 스포츠카처럼 치고 나가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수치를 보니 T6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5초에 주파한다.

국내 공인 복합연비는 T6 기준 8.8㎞/ℓ(도심 7.7 고속도로 10.6)다. 실제 평균연비는 이보다 조금 더 높았다. 자율주행 기능 위주로 체험하다보니 자연스레 연비를 위한 주행이 됐다.

스칸디나비아(스웨덴) 브랜드 답게 전체적인 디자인은 깔끔하다. 화려하게 치장하지는 않았지만 고급스럽다. 그러면서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국내 판매 모델은 시승한 D5(8030만~9060만원)와 T6(9390만~9550만원),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T8 PHEV(1억1020만~1억3780만원) 3종이 있다. 각 모델은 옵션에 따라 기본형인 모멘텀과 고급형 인스크립션으로 다시 나뉜다.

D5·T6가 주력이지만 충전할 여건이 된다면 T8도 좋은 선택지가 될 듯하다. 전기 충전만으로 43㎞(EU기준)를 갈 수 있어 일상 출퇴근 땐 따로 주유할 필요가 없다. 현재 500명의 계약자 중 디젤이 65%, 가솔린이 20%, PHEV가 15%다.

볼보 XC90 운전석. 스포티한 모델이라고 할 순 없지만 운전자의 좌우 쏠림을 막아주는 세미 버킷 시트를 채택했다. 전동식으로 좌석 높낮이와 기울기 등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마사지 기능도 있다.
볼보 XC90 뒷좌석(2열). 생각보다 넓은 느낌은 아니지만 충분하다.
볼보 XC90의 맨 뒤 3열 좌석. 대부분의 7인승 SUV가 그렇듯 무릎 공간이 넓진 않다. 접으면 트렁크 수납 공간이 된다.
볼보 올 뉴(All New) XC90의 다양한 첨단 주행안전 기능. 너무 많다보니 다 활용하려면 어느 정도의 공부가 필요할 듯했다.
볼보 올 뉴(All New) XC90 터치스크린 내비게이션 작동 모습. 운전자 시야 바로 앞 계기판에도 작은 지도 화면을 보여주지만 익숙지 않아서인지 아주 편한 느낌은 아니었다.
볼보 올 뉴(All New) XC90 터치스크린 에어컨 조작 모습. 히팅·통풍 시트의 빠른 반응 속도가 특히 인상적이다.
볼보 올 뉴(All New) XC90 앞유리 아랫부분의 스피커 모습. 이 차량이 채택한 고급 사운드 시스템 바우어스&윌킨스 엠블럼이 쓰여 있다.
볼보 올 뉴(All New) XC90 스마트키. 디자인이 독특하면서도 고급스럽다.
기본 타이어와 휠. 독일 콘티넨탈의 SUV 전용 20인치 제품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