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치 "내가 퓨전국악을 하는 까닭은…"

by이윤정 기자
2016.04.08 06:06:00

재일교포 세계적 타악연주가
8일 국립국악원 ''금요공감''서 ''신한악'' 다시 선봬
소리꾼 이봉근·재즈피아니스트 하쿠에이 김 협연
"신해철과 협업, 가장 기억에 남아
월드뮤직 ''국악'' 쉽고 재미있어야"

세계적인 타악연주가인 민영치는 “국악의 대중화·세계화에 정답은 없다”며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국악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국립국악원).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가장 멋있는 건 ‘전통’이다. 전통을 지키고 싶은 마음 때문에 퓨전국악을 하는 거다. 우리가 김치를 좋아하듯 국악도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국악사랑이 대단하다. 국악의 ‘맛’을 찾기 위해 10년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끊임없이 연주활동을 해왔다. 국악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에게 ‘맛있는 김치’ 같은 국악을 알리기 위해 타장르와의 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재일교포 국악연주가 민영치(45)가 소리꾼 이봉근, 재즈피아니스트 하쿠에이 김과 함께 ‘새로운 국악’을 들고 관객을 찾아왔다. 8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금요공감’ 무대에서 선보이는 ‘신한악(新韓樂)’ 공연이다. 지난해 3월 같은 무대에 선뵀을 때 관객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공연이다. 민씨는 “국악과 재즈 모두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며 “특히 즉흥으로 하는 곡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성장한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민씨가 이름을 붙였다는 ‘신한악’은 우리 고유의 민족정서를 공유하며 전통국악과 재즈 등 다른 장르의 음악을 융합한 형태로 이른바 ‘월드뮤직’을 지향한다. 이번 공연에선 ‘장고와 피아노의 즉흥’, 오로지 연주자의 애드리브로 연주하는 ‘디 엔드리스’, 딸의 이름을 붙였다는 흥겨운 ‘민미우 댄스’ 등을 연주한다.

“2011년 하쿠에이 김과 만났을 때 도쿄의 한 재즈클럽에서 50분 간 멈추지 않고 즉흥연주를 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서로의 실력을 확인한 거다. 하하. 이번에는 15분 정도 즉흥곡을 들려줄까 한다. 여성 가야금 연주자와 함께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이번에는 남자 세 명이 무대를 꾸리기 때문에 지난번 공연과 다를 수밖에 없다.” 이어 “미우는 막내딸인데 병원에서 처음 안아본 순간 입에서 절로 노래가 나오더라. 3년 전 탄생한 노래”라며 “그러고 보니 이것도 즉흥적으로 나왔다”고 말하며 웃었다.



오사카 출생인 민씨는 중학교를 다닐 때까지 한국어를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일본에서 우연히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연주를 접한 후 국립국악고등학교로 유학했다. 이후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나선 세계사물놀이 경연대회에서 금상(1991)을, 동아국악콩쿨에선 대금부문 입상(1992)을 하는 등 등 뛰어난 연주실력을 인정받았다.

민씨가 주력한 것은 국악과 대중음악의 접목. 싸이·신해철·패닉·넥스트·남궁연 등 대중가수들과의 협업을 통해 국악의 울림을 전했고, 국악실내악단 슬기둥과 타악그룹 푸리에서 신선한 타악연주로 새 바람을 일으켰다. 클래식과의 협연도 했다. 정명훈·정경화·조수미·양방언 등 정상급 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특히 고인이 된 신해철과의 작업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신해철의 ‘크롬 라이브’(1999) 앨범에는 그와 작업한 노래들이 실려 있다.

“국악에 관심 있는 웬만한 대중가수와 작업을 해본 것 같다. 아쉽게도 서태지만 김덕수 선생님과 했다(웃음). 대중가수와의 협업이 ‘국악의 대중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령 대중음악 콘서트에 1만명이 오는데 그중 10%만 국악에 관심을 가져도 1000명이지 않겠나. 그런 마음으로 항상 작업을 해왔다.”

국악의 대중화·세계화를 위해서는 ‘쉽고 재밌어야 한다’는 게 민씨의 지론. 국악도 해외에선 ‘월드뮤직’이기 때문에 누구나 인정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10년 활동을 집약한 첫 앨범 ‘하나’를 발매했다. 10곡을 수록했는데 이번 공연에서 소개하고 또 올 하반기 일본 15개 도시에서 공연한다. 그런데 일본에선 유니버설제팬을 통해 음반을 발매했지만 국내선 발매처를 찾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일본의 메이저음반사에서 국악앨범이 나온 건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국내 음반사들은 국악·재즈 음반이 잘 안 나갈 거라며 거절하더라. 국악은 세계적으로 굉장히 수준 높은 음악이다. 더 많은 이들이 국악을 사랑하고 찾을 때까지 계속 달릴 예정이다.”

세계적인 타악연주가 민영치(사진=국립국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