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미래가 없다]“보험 안되요”..침술도 처방도 무보험

by김기덕 기자
2015.11.06 07:00:00

약침·추나요법 등 대부분 한방진료 비급여
2009년 표준약관 변경으로 실손보험 미적용
손보업계 반대로 금융당국 약관 개정 ‘차질’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이성기씨(남·36)는 축구를 하다 발목을 삐어 가까운 동네 한의원을 찾았다가 진료비로 6만원을 냈다. 진료비가 왜 이렇게 비싸냐고 묻자 간호사는 미안한 표정으로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라 그렇다”고 답했다. 이씨는 이날 약침을 맞고 첩약을 처방 받았다.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도 적용이 안된다는 사실은 병원을 나온 뒤에야 알았다.

이 씨는 “한의원에서도 양방하고 비슷한 치료를 하는 데 왜 보험 적용이 안되는 지 이해가 안간다”며 “병원비가 무서워 앞으로는 정형외과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방진료에 대한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비싼 진료비다. 일반 환자들이 한의원 진료 시 주로 받는 약침, 추나요법, 첩약 등은 대부분 건강보험이 지원되지 않은 비급여 항목이다. 게다가 비급여 항목은 실손보험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돼 있어 진료비 부담이 일반 병·의원에 비해 월등히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요양급여는 54조 5274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한방병원이나 한의원 등 한방의료기관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은 2조 2724억원으로 4.16%에 불과했다. 요양급여는 환자가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치료나 처방을 받을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해당 병원과 약국에 지급(본인부담금 제외)한다. 한해 한방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수가 1400만명에 육박하는데도 한방의료기관에 지급한 요양급여 비중이 극히 낮은 이유는 양방에 비해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범위가 극히 좁은 때문이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이 발표한 ‘2013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방병원 진료비 중 비급여 비중은 입원 47%, 외래 65%에 달했다. 반면 종합병원의 전체 진료비 중 비급여 진료비 비중은 입원 17.3%, 외래 20%에 그쳤다.

비급여 한방진료는 실손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손해보험회사들은 한방 비급여 의료비에 대해서도 실손보험을 보장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10월 금융위원회가 보험업감독업무시행 세칙의 ‘실손보험 표준약관’에서 약침, 추나요법 등 한방치료를 제외하면서 실손 보장이 사라졌다. 금융위가 약관에서 한방치료를 제외한 것은 해당 의료 행위가 치료 목적인지 보신 목적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이나 치료를 받을 때 발생한 금액을 보험사가 보상하는 상품이다. 비급여는 의료비 보장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환자가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건강보험은 물론 실손보험도 보장하는 않는 한방진료를 고집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감독당국은 한방치료도 실손보험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다. 작년 7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치료범위가 명확한 한방 비급여는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하라고 금융위와 복지부에 권고했다.

이와 관련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방치료의 실손보험 적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한의학계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한방진료에 실손보험을 적용해 보장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한방치료는 같은 치료라도 병원이나 의사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어서 표준화 자체가 어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속내는 좀 다르다. 한방의료기관의 비급여 비중이 전체 진료비 비중의 절반 수준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비급여 비중이 높은 만큼 보험료를 대폭 올리지 않는 보험금 보담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보험과 관계자는 “최근 한의사협회와 손보업계 관계자와 정기적으로 만나 실손보험 적용을 논의하고 있지만 추나요법 등 비급여 부분이 가격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보험료 책정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먼저 한방치료 비급여 부분을 급여 항목으로 전환·확대하는 것이 우선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