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김수남 검찰총장 내정자 '병역면제·TK 독식' 벽 넘어야
by박형수 기자
2015.11.02 06:00:00
[이데일리 박형수 성세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후반 사정(司正) 수사를 진두지휘할 검찰 총수로 김수남(56)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낙점했다. 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검찰총장이 되면 차기 대통령선거 직전(2017년 12월 1일)까지 검찰 조직을 이끌게 된다.
김 내정자가 검찰 내부의 김경수 대구고검장, 김희관 광주고검장,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등 쟁쟁한 후보를 물리치고 낙점된 데에는 수사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검찰 내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김 내정자는 온화하고 원만한 성품의 소유자로 수사 능력과 기획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2013년 수원지검장 재직 때 이석기 옛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김 내정자는 수사기록을 검토해 내란음모와 내란선동죄를 적용하는 법리를 연구, 공소 유지에 일조했다.
김 내정자는 2003년 대검찰청 중수3과 과장검사로 재직할 당시에는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 반장을 맡아 거물급 경제사범들을 법의 심판대 위에 세웠다. 합동단속반은 분식회계로 회삿돈을 빼돌린 김성필 전 성원토건 회장과 김태형(59) 전 한신공영 회장 등 9명을 구속하고 최원석(72) 전 동아건설 회장 등 17명을 불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김 내정자가 절차를 중시한다는 점과 검찰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적임자라는 평가도 인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 내정자는 2013년 12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할 당시 “실체적 진실의 발견 못지않게 절차적 정의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사건 처리에서 소신과 정의감은 존중돼야 하지만, 자기의 생각만이 옳고 정의라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검찰은 국가정보원의 정치·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 항명 논란이 일면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김 내정자는 차기 검찰총장 자리를 놓고 경합한 김경수 고검장, 김희관 고검장보다 사법연수원 1년 선배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같은 연수원 16기다. 연수원 17기 또는 18기 인사가 총장으로 내정됐다면 현직 고검장 가운데 상당수가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검찰 조직을 크게 흔들어야 한다는 점은 부담될 수밖에 없다.
김 내정자는 청와대의 차기 검찰총장 인사 발표 직후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차분하고 겸허한 자세로 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 특유의 신중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 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국회 청문회에선 김 내정자가 고도근시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과 출신 학교, 지역에 대한 공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현재 국세청장, 경찰청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주요 사정기관 책임자가 모두 대구·경북(TK)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할 계획이다. 김 내정자는 강신명 경찰청장과는 대구 청구고 동문이다.
김 내정자가 인사 청문회를 통과하면 검찰 역사에서 세 번째 판사 출신 검찰총장으로 기록된다. 김 내정자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16기로 수료한 뒤 1987년 대구지법에 판사로 임용됐다. 판사로 3년을 일한 김 내정자는 1990년 검찰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