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월세 쇼크']월세 전환 도미노…서민 등골 휜다
by정수영 기자
2015.08.19 05:20:00
'준전세' 넘어 '준월세' 급증
월세이율, 은행 대출이자 2배
서민 주거비 부담 가중
| △전세 위주였던 민간 임대차시장이 ‘반전세’(준전세)를 넘어 ‘준월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지역 대학가 한 벽보판에 원룸 월세를 소개하는 전단지가 가득 붙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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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반전세’(준전세)를 넘어 월 임대료 비중이 높은 ‘준(俊)월세’ 임대주택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금리 하락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줄자 전세보증금 일부는 돌려주고 월세를 올려받는 집주인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반전세(준전세)나 준월세는 모두 ‘보증부 월세’로, 순수 전세에서 순수 월세로 넘어가는 일종의 과도기 현상이다. 국토교통부는 보증금이 전셋값의 10% 미만이면 월세, 10~60%면 준월세, 60% 초과면 준전세로 구분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월세 거래량 중 준월세가 69.8%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이어 순수 월세 12.3%, 준전세 17.9%로 조사됐다. 아파트의 경우 반전세인 준전세가 대세를 이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집주인들이 임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준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해태공인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오른 전셋값 만큼만 월세로 전환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지난 6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집주인들이 전세금 상당 부분을 세입자에게 돌려주고 대신 월 임대료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준월세가 늘면서 임차인이 체감하는 주거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집주인이 전세를 준전세나 준월세로 전환할 때 보통 은행 대출이자의 2배 수준인 6~7%의 전환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세입자 비용 부담은 전세보다 준전세가, 준전세보다 준월세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준월세로 전환하는 물량이 늘면서 전세뿐 아니라 준전세 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셋값은 전월 대비 0.34%, 준전세는 0.21% 각각 올랐다.
이마저도 반전세를 포함한 임대차 거래 현황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살던 전·월셋집을 재계약할 경우 대부분 새로 확정일자(정부가 확인한 임대차계약일)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확정일자를 받기 위해서는 새 부동산 거래 계약서가 필요한데 이 경우 부동산중개업소에 수수료를 내야 해 이를 기피하는 것이다. 특히 반전세의 경우 보증금 변동이 없거나 낮아지기 때문에 확정일자를 새로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너무 빨라 일어나는 현상들로, 세입자 주거비 부담 증가에 따른 가처분소득이 줄어 경제 진작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세입자를 위한 세제 혜택이나 지원 대책 등 급속한 월세화에 따른 충격 완화 장치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세입자가 보증금과 함께 매달 임대료를 내는 임대차 형태다. 월 임대료가 없는 ‘순수 전세’에서 보증금이 없는 ‘순수 월세’ 사이의 과도기 형태로, 보증금이 전셋값의 60%를 넘으면 준전세(‘반전세’), 10~60% 사이면 준월세, 10% 이하면 월세로 구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