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th WSF]3만5천원짜리 태블릿PC, 인도를 바꾸다

by이정훈 기자
2014.05.14 07:34:41

35달러 `아카시2`, PC 불모지 인도서 대히트
태국으로도 전파..정보격차 해소 주역 기대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단돈 3만5000원(약 35달러)짜리 태블릿PC가 인터넷 불모지로 통하던 거대 대륙 인도를 바꿔놓고 있다.

인도 출신인 수니트 싱 툴리 최고경영자(CEO)가 이끌고 있는 캐나다 정보기술(IT)기업인 데이터윈드(Datawind)사가 인도 정부 요청으로 개발한 태블릿 ‘아카시(Aakash)2’는 지난 2012년 말 극심한 인도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싼 값에 출시됐다.

인도 델리에서 열린 ‘아카시2’ 출시행사에서 초청받은 학생들이 제품을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 데이터윈드 웹사이트)
제품가격이 35달러로 책정된 것은 저소득층 학생들까지도 구매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세심하게 배려한 때문이었다. 인도 학생들이 연간 교과서 구입에 쓰는 돈이 평균 26달러인데, 이 태블릿PC에 교과서를 전자책으로 탑재할 경우 매년 11달러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아카시2’는 출시되자마자 사흘 만에 3만 대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2주일간 선주문 물량도 140만대를 기록하는 등 2012년에만 250만대 이상이 팔렸다. 한 달여 만에 인도 전체 태블릿 시장규모의 80% 이상이 팔린 셈이었다. 이는 또 인도 전체 개인용 컴퓨터(PC) 보급 대수의 25%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였다. 이에 고무된 인도 정부는 지난해 ‘아카시3’와 4세대(4G)까지 가능한 ‘아카시4’를 대당 25달러에 내놓기도 했다.

정보격차 수준이 세계 90위권인 인도에서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인터넷에 접속하는 인구는 1억 명에 불과하며, 이틀에 한 번 이상 접속하는 실제 사용인구는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하다. 이는 PC와 인터넷 이용요금이 과도하게 비싼 탓이다. 실제 인도 PC 가격은 도시 근로자 평균 월급의 6배에 이르고, 매달 인터넷 요금은 2주일치 월급에 해당된다. 이는 PC 가격이 1주일치 급여에도 못미치고 인터넷 요금이 하루치 급여밖에 안되는 미국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아카시’의 돌풍으로 2013년 말 현재 인도에서 2세대(2G)와 3세대, 4세대 모바일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인구는 무려 9억명까지 늘어났다.

물론 그 배후에는 인도 정부와 데이터윈드가 모바일 데이터 사용요금을 크게 낮춘 것도 한 몫했다. 모바일 인터넷 요금을 최소 사용 기준으로 매달 2달러에 제공한데 이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료 서비스까지 계획하고 있다. 정보격차 해소라는 정책 취지에 공감한 세계은행(WB)도 인도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툴리 CEO는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꿈꿔왔던 결과”라며 “인도 학생과 국민들은 모바일을 통해 소통과 연계를 원했고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소비하길 원했다”고 평가했다.

이제 이 사업은 태국으로까지 건너갔다. 태국 정부는 올초부터 태국 아이 한 명당 태블릿 한 대씩을 보급하는 의욕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카시’라는 세계에서 가장 싼 태블릿이 바꿔놓은 인도식 모델이 태국 등 전세계 IT 후발국에서 정보격차 해소의 주역이 될 날을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