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연극거장 니나가와 "영웅검객 얘기에 전쟁폭력성 녹였다"
by양승준 기자
2014.03.19 07:45:37
영국서 훈장 받은 ''셰익스피어 거장''
연극 ''무사시''로 한국 찾아
21일부터 23일까지 LG아트센터서 공연
| 일본 연극 거장인 니나가와 유키오 연출가가 18일 서울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연극 ‘무사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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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전쟁을 겪은 세대로서 그 폭력성을 작품으로 계속 녹여낼 거다.” 일본의 ‘국보급 연극 연출가’인 니나가와 유키오(79)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과거사 문제로 한일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전쟁의 폭력성을 작품 소재로 활용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니나가와는 18일 서울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연극 ‘무사시’ 내한공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전쟁을 치르며 용납 못할 일 많다는 걸 알고 있고, 이를 연극을 통해 내 방법으로 깨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무사시’도 이와 같은 맥락에 있다. ‘무사시’는 일본의 국민 극작가로 불리는 이노우에 히사시(1934~2010)의 유작. 니나가와는 “나와 비슷한 연배인 히사시 작가도 전쟁을 치르며 쌓인 민중의 사회에 대한 불만과 (국가의) 민중에 대한 폭력이 어떤 건지 알고 있고 이를 표현하려 했던 사람”이라며 “‘필요 없는 살인은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게 ‘무사시’”라고 전했다.
공연은 살인으로 영웅이 된 검객을 기리는 연극이 아니다. 실존했던 17세기 전설의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와 그의 라이벌 사사키 고지로의 마지막 승부를 비틀었다. 두 검객이 대결을 못하게 주변 사람들이 여러 방법을 동원해 막으면서 극은 희극으로 흐른다. 니나가와는 “미국 브로드웨이서도 공연했는데, 무술 연습하는 장면이 춤을 추는 장면으로 바뀌는 등 풍자적인 요소가 있어 현지 관객들이 상당히 좋아하더라”고 덧붙였다. 연극에는 후지와라 타츠야와 미조바타 준페이 등 일본 청춘스타들이 출연한다.
일본에서 문화훈장을 받은 니나가와는 영국이 인정한 셰익스피어 거장이기도 하다. 1999년에는 비영어권 연출가로서는 최초로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컴퍼니와 손잡고 ‘리어왕’을 작업했다. 이후 ‘햄릿’ ‘십이야’ ‘코리올레이너스’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 등 여러 셰익스피어 작품을 일본의 색을 넣어 독창적으로 해석해 2002년 영국 왕실에서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CBE)까지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