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5.04.08 05:00:00
산불 진화에 투입한 헬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그제 대구 북구 산불 현장에서 헬기가 진화 작업 중 추락해 조종사가 숨졌다.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군에서 산불 진화용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가 숨진 지 불과 11일 만이다. 둘 다 70대 조종사가 노후화가 심각한 헬기를 조종하다가 일어난 사고다. 두 조종사가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이었다고 하지만, 각종 위험을 무릅쓰고 장시간 연속 작업이 종종 요구되는 산불 헬기 조종에 그런 고령자밖에 투입할 인력이 없었는지 안타깝다.
더 큰 문제는 노후화한 산불 헬기의 비효율과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오래전부터 나왔는데 아직도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다. 대구에서 추락한 헬기는 벨(BELL) 206L 기종으로 1980년 제작해 운항한 지 44년이나 지났다. 목격담에 따르면 헬기가 고도를 낮추던 중 밑으로 내린 물주머니가 앞으로 쏠리면서 농막과 충돌한 뒤 회전하다 추락했다고 한다. 자세한 사고 원인은 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헬기가 노후화한 탓에 균형 유지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번에 의성에서 추락한 헬기는 시코르스키 S-76 기종으로 30년 전인 1995년에 제작한 것이었다. 그때에는 사고 경위와 원인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목격담이 나오지 않았다.
산불 헬기 추락 사고는 연평균 1~2건의 빈도로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원인은 최근 두 건의 사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50대 중 기령이 20년을 넘은 것이 33대이다. 그중 30년을 넘은 것이 12대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체 보유하거나 임차 운영하는 헬기의 노후화는 더 심각하다. 예를 들어 지난달 역대 최악의 산불을 겪은 경북의 경우 운용 헬기 19대 가운데 13대의 기령이 30년을 넘고, 그중 1대는 1962년에 제작되어 기령이 무려 63년에 이른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혈세를 거두어 이런 데 쓰지 않고 어디에 쓰는 거냐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산불 진화에 투입하는 헬기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노후화한 헬기에 대한 교체 수요를 파악해 서둘러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운용 가능한 산불 헬기 대수가 전체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으니 그만큼의 추가 투자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