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젊어지려면…처우개선·기술개발 '당근' 절실
by최영지 기자
2025.03.06 05:00:00
[건설현장 고령화 위기]②정부 E7-3 비자 도입 추진
"중견·중소건설사엔 먼 얘기…''청년 유입'' 근본적 방안"
이미지 개선 더해 적정임금 보장 체계 구축 나서야
"기술개발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법제도 개선 뒷받침 돼야"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정부가 심각한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건설현장의 고용개선을 위해 올해 외국인 숙련공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보다 근본적 해결책인 청년층 유입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는 업계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인력 의존도를 낮출 스마트 기술 도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강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철골 볼트 조임 자동화 로봇 현장 적용 모습 (사진=삼성물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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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해 형틀·철근·콘크리트 등 일부 공종에 E7-3(일반기능인력) 비자를 도입해 국내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숙련공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건설현장 인건비 절감을 끌어내겠다는 취지다.
당초 국내 건설현장은 비전문인력 취업비자인 E-9 비자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왔다. 그러나 제조업 기반으로 제도가 운영돼 공종별 현장 간 이동이 필요한 건설업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고 단순 노무에 국한돼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실제로 올해 고용노동부의 E-9 비자 관련 제1차 신규 고용허가제 신청계획을 보면 건설업 쿼터는 445명으로 전체 2만2418명의 2% 상당에 불과해서다.
다만 건설업계에선 청년층 유입 확대가 보다 근본적 대책이라고 강조한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외국인 숙련공을 영입하려면 해외 현지 법인이 있어야 해 사실상 중견·중소건설사들은 이를 활용할 수조차 없다”며 “이미 건설현장 곳곳 언어로 문제를 겪고 있는 터 젊은 청년층 유입을 이끌 정책이 더 근본적 해결책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건설기술인 100만9144명 중 2030대는 15만8503명(15.7%)에 불과한 실정이다. 부실시공, 안전사고 증가로 인한 건설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으며 일자리 처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역시 확대된 탓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성유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은 현장의 효율성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상명하복의 권위적 리더십, 팀워크, 엄격한 규율 준수 등을 중시한다”며 “이는 청년세대의 가치관과 상반된 특징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건설산업에 대해 힘들고 위험한 노동, 낮은 워라밸이라는 고정관념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처우의 핵심인 임금이 적정 수준으로 책정될 수 있도록 하는 적정임금 보장체계 구축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단계 도급과정에서 하도급자에 공사금액을 보장해 건설근로자 임금이 삭감되지 않고 적정 임금이 지급되도록 의무화하는 적정임금제, 또 현장 경력과 자격 등을 종합 반영해 건설 직종별로 기능등급을 구분·관리해 적정 임금 지급이 가능토록 하는 기능등급제 본격 도입이 연일 늦춰지면서다. 정부는 지난달 말 ‘제5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년 적정임금제 추진 여부를 검토하고 기능등급제 역시 시범사업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 롯데월드타워 72~76층의 BIM 모델. (사진=롯데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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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기술의 빠른 도입을 위해선 정부의 ‘당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건설업계 전반 생산성 개선을 위한 스마트건설 기술 개발을 주요 과제로 꼽은 가운데, 민간 차원의 기술개발이 보다 속도를 내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 건설사들은 다방면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접목한 스마트 건설 기술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철골 볼트 조임 자동화 로봇’을 아파트 단지 등 주택 분야 시공에 활용 중이다. 철골 작업 중 높은 위치에서의 구조체 체결 작업을 로봇을 통해 자동화하고 있어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고 균일한 품질 확보가 가능해진다. 한화 건설 부문 역시 2022년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공사현장에 3D 스캐너를 탑재한 로봇개를 도입해 인력 절감 효과를 봤다. 롯데건설은 공사 난이도가 높은 초고층 골조공사에 BIM을 활용했고 그 결과 공사기간도 줄였다. BIM은 3차원 모델과 건설정보를 결합해 건설 전 과정의 정보를 통합 생산·관리·활용하는 기술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건설현장 인력 대체를 위한 상용화 기술은 극히 일부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건설현장 특성상 전면적인 무인화는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대부분 건설현장에서 일정 업무 자동화가 구현되기까지 15~20년은 걸릴 것”이라며 “민간기업 차원에서 이같은 첨단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정부는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경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산업진흥본부장 역시 “개발된 기술이 현장에 안착하는 데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며 이는 미국 등 선진국도 안고 있는 과제”라며 “그만큼 법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마트 건설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규제 개선 및 지원을 확대하자는 건설기술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