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대입 '지역비례선발제' 추진하자

by조용석 기자
2024.12.11 05:00:00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우리의 대학입시는 특정 지역에 살거나 부유한 부모를 둔 학생들에게 유리하다. 이렇게 불공정 과정의 승자에게 큰 보상을 주는 국가의 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이 좌절하면서 국가 활력이 떨어지고 아인슈타인 같은 인물이 사장(死藏)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은행 총재가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주장했다. 각 지역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학령인구 비율만큼 대학 입학 정원을 지역에 할당하는 방식이다. 지금도 지역균형선발전형이 있기는 하나 수시의 일부에 불과하므로 이를 모든 대입 정원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서울대에 이렇게 들어온 학생은 입학 초기에는 학점이 다소 낮지만 졸업 시점에는 오히려 더 높다고 한다. 2002년 당시 정운찬 서울대 총장도 이와 유사한 ‘지역할당제’를 제안한 바 있다.

연구에 의하면 서울의 일반고 출신 고3 학생은 전국의 16%인데 서울대 신입생 중에서는 37%를 차지했다. 반면 중소도시에 사는 고3의 비율은 52%였으나 서울대 입학생 중에는 31%밖에 안 됐다. 서울 학생이 원래 똑똑해서일까. 서울과 비서울 학생들의 중1 수학 점수를 기준으로 보면 서울학생(0.44%)과 비서울학생(0.40%)의 서울대 진학 확률은 비슷했다. 그러나 실제 진학률은 0.85% 대 0.33%로 서울학생이 2.6배 높았다.

서울 안에서도 강남 3구와 다른 지역의 차이가 컸다. 김세직 서울대 교수가 2014년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16개는 학생의 0.5% 이하가 서울대에 합격했으나 강남구에선 2.1%나 합격했다. 강북구가 0.1%로 가장 낮았다. 또 2015년 연구논문(‘학생 잠재력인가, 부모 경제력인가’)에 따르면 실측자료를 토대로 한 서울대 합격률은 강남구 일반고가 2.1%로 강북구 일반고(0.1%)의 20배가 넘는다. 결론적으로 어디에 사는지에 따라 서울대 진학률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입증하기는 어려우나 학부모의 관심, 높은 면학 분위기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사교육이다. 서울 특정 지역의 사교육 여건이 좋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는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의 중요한 요인이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도입하면 인구가 지방으로 향하게 돼 인구분산, 수도권 주택가격 안정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단기적으론 비수도권 인재가 서울 소재 대학으로 몰릴 수 있다. 박수영 의원실에 따르면 이 제도 시행 시 서울, 대전, 세종만 서울대 입학인원이 줄어들고 다른 시도는 모두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들이 인근 지방대에 진학한다 해도 직장을 찾아 어차피 수도권으로 향할 공산이 크다. 2021년 감사원 발표에 의하면 지방대생의 40%는 수도권에 취직한다. 지방대의 인재 유출은 별도의 지방대 지원으로 해결해야 한다. 예컨대 전국을 수도권, 중부권, 영호남권으로 나눠 권역별로 장학금 규모와 수혜계층을 차등하는 것이 한 예다. 지역비례선발제의 목표는 비수도권 인재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지방대가 단기적 인재유출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서울 가서 교육받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게 할 생각을 해야 한다. 지방 살리기는 결국 기업의 지방분산으로 해결할 사안이다.

이 제도 도입의 핵심은 지역의 기준이다. 제도의 취지를 생각하면 기초단체를 기준으로 하되 고3 학생 기준 최소 단위를 설정하길 권한다. 인구가 적은 군 단위의 경우 인근 지역과 묶어 한 단위로 만들면 될 것이다. 문제는 도입 방법이다. 일단 대학에 입시의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수도권의 상위권 대학들은 수능에 의한 정시 선발을 선호하지 않는다. 대학이 자율권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기회의 형평성이 확대될 것이다. 나아가 정부가 지역비례선발제를 도입하는 대학에 보조금 등 혜택을 연계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