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10.17 05:00:00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판결로 공석이 된 서울시 교육감을 새로 뽑기 위해 어제 치러진 보궐 선거는 교육감 직선제를 존치할 필요가 없는 이유를 또 한 번 확인시켰다. 8.28%의 극히 낮은 사전 투표율이 보여주듯 대다수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정책·비전 대신 진영·이념 싸움만 난무한 ‘깜깜이’ 선거가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보수·진보 진영이 제각기 승리를 장담했지만 최종 투표율이 20% 안팎의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박빙 승부가 연출된 상황에선 당선자의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6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투입한 선거가 망국적 정치 이벤트로 전락했다는 탄식까지 나온 배경이다.
서울시 교육감은 연간 12조원의 예산 집행권과 5만여 교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막중한 책임의 자리다. 90여 만 명의 서울 지역 초중고 학생들의 미래가 걸린 교육 시스템과 방향도 교육감이 좌우한다. 한마디로 아무나 맡아도 되는 자리가 아니다. 이런데도 2008년 7월 첫 직선제 이후 당선된 4명의 교육감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로 인해 보궐 선거만 두 차례 실시된 수치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정치색 배제를 위해 정당 공천을 차단했지만 진영 대결로 변질되면서 후보 단일화를 위한 정치 공학이 난무하고 곽노현 전 교육감의 후보 매수 범죄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생들의 본보기가 되기는커녕 교육계 전체에 먹칠을 한 이들에게 수도 서울의 교육감 직을 맡겼던 실패한 제도를 더 끌고 갈 수는 없다. 교육 자치의 취지가 실종된 것은 물론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부작용들이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인식과 진단도 다르지 않다. 연합회가 선거를 앞두고 배포한 자료에서 “가장 교육적이어야 할 교육감 선거가 제자에게조차 부끄러운 상황에 이르렀다”며 “거듭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촉구한 게 증거다.
정치권에서도 광역단체장이 임명하거나 광역단체장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는 식의 대안들이 거론돼 왔다. 교육계 안팎의 진단이 일치했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누가 되더라도 새 서울시 교육감은 직선제의 대수술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