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징 사라져 헷갈려”…커버드콜 ETF 명칭 변경에 투자자 혼선 계속
by이용성 기자
2024.09.30 06:30:00
당국 규제로 커버드콜 ETF 명칭 일괄 변경
‘00%’, ‘프리미엄’ 표현 없애…직관성↓
"글로벌 ETF 시장 트랜드 역행"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금융감독원의 지침에 따라 자산운용사의 커버드콜 ETF(상장지수펀드) 명칭이 줄줄이 바뀌자 곳곳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목표 연 분배율이 사라지고 이름이 모호해지면서 상품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운용업계에서는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다는 명분이 오히려 커버드콜 ETF 시장을 위축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운용사들은 최근 자사의 커버드콜 ETF 명칭을 일괄 변경했다. ‘00%’나 ‘프리미엄’ 표현을 없애고 ‘타겟 커버드콜’로 일원화했다는 것이 골자다. 먼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5일 ‘TIGER 커버드콜’ 시리즈 9종의 명칭을 일괄 변경했다. ‘+%프리미엄’ 대신 ‘타겟커버드콜’을 사용한다. 가령 ‘TIGER 미국배당+3%프리미엄다우존스’는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1호’로 바꾸는 식이다. 만기가 24시간 남은 옵션을 매일 매도하는 초단기 옵션 활용 ETF 2종은 ‘초단기’ 대신 ‘데일리’를 사용한다.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역시 자사의 커버드콜 ETF 명칭을 수정했다. ‘KODEX 미국 AI테크 TOP+15%프리미엄’은 ‘KODEX 미국 AI테크 TOP10 타겟 커버드콜로 바뀌고, ’KODEX 미국 30년 국채 +12% 프리미엄(합성H)는 ‘KODEX 미국 30년 국채 타겟 커버드콜(합성H)’로 변경된다. 마찬가지로 ‘ACE 미국500 15% 프리미엄분배(합성)’은 ‘ACE 미국500 데일리타겟 커버드콜(합성)’로, ‘ACE 미국빅테크7+15%프리미엄분배(합성)’은 ‘ACE미국 빅테크 7+데일리타켓커버드콜(합성)’으로 바뀐다.
이는 금감원이 기존 커버드콜 ETF 명칭을 두고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고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금융 소비자가 ETF 종목명에 기재된 목표 분배율을 확정 분배율로 인식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콜옵션 매도로 받는 대가를 의미하는 ‘프리미엄’도 고급스러운 상품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어 제지하기로 했다. 또한, 당국은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을 개정해 ‘집합투자기구 명칭을 정할 때 투자자 오인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상품을 선택하는데 혼선이 가중되면서 제기됐다. 이번 명칭 변경으로 투자자들이 커버드콜 ETF 상품을 선택할 때 상품 구분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에 목표 연 분배율만 다른 ‘TIGER 미국배당+3%프리미엄다우존스’,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는 옵션 전략을 통한 목표 프리미엄 수익률을 명칭에 표기해 구분했지만, 이번 당국 지침으로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1호’와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2호’로 바뀌게 되면서 구분이 어려워졌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정확한 상품 정보를 알기 위해선 일일이 해당 상품을 직접 찾아봐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추가됐다. 게다가 투자자들이 알기 쉽게 투자 대상과 전략, 추종 지수를 상품명에 명시하도록 함으로써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펀드 관련 금융당국의 가이드 라인이 있었지만, 이번 명칭 변경으로 직관성이 떨어지게 되면서 기존 가이드 라인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우려할 것은 이제 막 붐이 불고 있는 커버드콜 ETF 시장을 위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는 앞으로 커버드콜 ETF 출시할지 여부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국의 과도한 간섭과 더불어 ETF 이름도 불명확해지니 찾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줄고 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한다는 당국의 명분과 우려는 투자자 교육과 함께 시간을 통해서 해결할 일이지, 상품을 규제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글로벌 ETF 시장 트랜드에도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삼성자산운용은 전략적 제휴사 앰플리파이를 통해 ‘KODEX 미국30년국채 프리미엄 12%’ ETF와 유사한 ‘앰플리파이 블룸버그 미국 국채 12% 프리미엄 커버드콜 ETF’(Amplify Bloomberg U.S. Treasury 12% Premium Covered Call ETF)를 상장할 계획이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서류를 제출했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ETF 선진 시장인 미국으로 ETF 상품을 수출하게 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세계 최초의 타겟 프리미엄 ETF 출시하는 타이틀을 우리나라 시장이 가져간 혁신적인 사례이고 , 커버드콜 ETF 시장을 선도하는 그림이었지만, 당국의 규제로 그 타이틀을 자발적으로 내려놓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며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조차 없게 만드는 환경이 되어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