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 어쩌죠?"…꽉 막힌 대출에 전월세 ‘불똥’
by남궁민관 기자
2024.09.11 05:00:00
전세사기에 서울 아파트 전세 가뜩이나 쏠렸는데
스트레스 DSR 등 주담대 옥죄니 전세 매물 ↓·가격 ↑
월세로 수요 '연쇄 이동'하니 월세지수마저 꿈틀
"금융정책 디테일 절실"·"매매전환 수요 다시 늘수도"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가계대출 관리와 더불어 수도권 아파트 가격 안정 도모를 위해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 금고 문을 걸어 잠그면서 되레 전월세 시장에 불똥이 튄 모양새다. 가뜩이나 아파트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 가을 이사를 준비하던 수요자들이 매매 대신 전월세로 눈을 돌리면서 가격 급등세를 부추기면서다.
10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1511건으로 1년 전 2만7419건 대비 13.0% 줄었다. 연초(3만4822건) 대비해선 21.3% 크게 줄어든 수치다.
최근 잇따른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하면서 매물이 빠르게 줄었다. 여기에 올해 2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1단계에 이어 이달부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아파트 매매 자금 마련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전세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KB부동산이 집계한 지난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42.9로 지난 2021년 10월(162.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보다 크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으로 지난해 8월 100을 넘어선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흐름은 월세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매매 수요가 전세로 이동하며 가격을 끌어올리자 기존 전세민들이 월세로 눈을 돌리는 연쇄 작용을 일으키면서 월세 가격을 끌어올린 까닭이다.
아실 집계 이날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은 1만5340건으로 연초(1만9358건) 대비 20.8%, 1년 전(1만9255건) 대비해선 20.4% 줄었다. 자치구별 1년새 매물 감소 추세를 보면 은평구가 551건에서 168건으로 가장 큰 폭(69.6%) 줄어든 가운데 양천·강남·서초·노원구 등 학군지를 중심으로 40% 안팎 감소세를 보였다. 매물이 줄어드니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도 오름세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전월 대비 1.4포인트 오른 116.1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출 등 금융 정책에 정부의 세심한 관심을 기울일 때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당장의 주거문제는 매매나 전월세를 통해서만 해결되는 만큼 매매시장의 대출규제가 강화될수록 전월세 수요가 상대적으로 늘어나면서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되는 현 시점의 전월세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며 “대출 등 금융 정책에서 디테일한 관리 역량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가격 오름세가 다시 매매 가격 오름세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전세 가격 상승과 공급부족 등에 따라 매매전환 수요가 늘어나면 결국 서울 아파트 가격은 다시 오름세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