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9.10 05:00:00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12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태세다. 지역화폐는 논란이 크다. 정부와 여당은 반대다. 전문가들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재명표’ 법안이라고 해서 거대 야당이 마냥 밀어붙여선 곤란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하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역화폐는 제 경험으로는 지금까지 만든 정책 중 가장 효율적인 재정정책인 동시에 경제정책으로 판단된다”며 이를 당론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민주당은 지난 5일 행안위에서 지역화폐법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재정 지원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한다. 또 정부는 5년마다 지역화폐 활성화 계획을 세우고 1년마다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
지역화폐법은 추석 민심을 겨냥했다. 전국민 25만원 지원금(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과 패키지로 묶으면 민주당이 민생회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홍보할 수 있는 카드다. 민주당은 2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려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지역화폐 예산은 쪼그라들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1조원, 2022년에도 6000억원을 넘겼으나 윤 정부 들어선 3000억원대로 줄었다. 그나마 정부가 아예 삭감한 것을 민주당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일부를 살린 덕이다. 정부는 지자체 일은 지자체 스스로 경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2000년 12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역화폐는 의도치 않았던 부작용을 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떤 지자체에서 지역화폐 덕에 소비의 역외유출을 막아 매출이 늘면 이는 곧 인근 지자체에서 매출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도입하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지고 발행비용의 증가, 소비자 후생감소와 같은 비효율성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달 초 여야 대표 회담에서 협치를 다짐했다. 논란이 큰 지역화폐법은 애써 조성한 협치 분위기에 역행한다. 이 법이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