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익스프레스 나스닥行 노리다…독이 된 큐텐의 M&A 방정식
by허지은 기자
2024.07.27 07:30:00
[위클리M&A]
큐익스프레스 상장 앞두고 계열사 줄인수
인수자금으로 큐익스프레스 지분 활용하기도
큐익스프레스 상장시 기업가치 1조 거론
“상장 임박해 엑시트 기대감 컸을 것”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싱가포르 소재 이커머스 기업 큐텐의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원인으로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가 지목되고 있다. 큐익스프레스는 올해 하반기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데, 큐텐이 이커머스 계열사를 무리하게 사들여 큐익스프레스 실적을 띄우려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큐텐은 인터파크 창립멤버이자 지마켓(옛 구스닥) 창업자 구영배 대표가 2010년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구 대표는 1999년 인터파크에 입사해 이듬해 사내벤처 구스닥을 독립법인으로 출범했고, 2003년 이름을 지마켓으로 바꿔 고성장을 이뤘다. 지마켓은 2005년 옥션을 제치고 국내 1위 오픈마켓 업체가 됐고 2006년 국내 인터넷쇼핑몰 기업 최초로 미국 나스닥 직상장에 성공한다. 2009년 지마켓이 미국 이베이에 5500억원에 매각되면서 구 대표는 800억~9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큐익스프레스(Qxpress Pte. Ltd.)는 구 대표의 두 번째 나스닥 도전이었다. 큐텐 설립 이듬해인 2011년 출범한 큐익스프레스는 싱가포르법인으로, 큐텐과 자회사들의 물류를 맡는 핵심 계열사로 성장했다. 일본과 중국, 말레이시아, 대만, 인도 등에 진출했고 2018년엔 한국 DPC를 설립해 영종도, 이천 등에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2019년 경업금지가 풀린 큐텐이 국내 이커머스 계열사를 공격적으로 사들이면서 큐익스프레스의 물류 생태계는 커져갔다. 큐텐은 2022년 9월 티몬 인수를 시작으로 인터파크커머스(2023년 3월), 위메프(2023년 4월), 미국 위시(2024년 2월), AK몰(2024년 3월) 등을 연달아 인수했다. 큐텐 계열사가 늘어날수록 큐익스프레스 물동량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실제 티몬·위메프 이수 직후인 지난해 큐익스프레스 한국 법인 매출은 전년대비 10% 증가했다.
큐익스프레스는 큐텐의 이커머스 인수 과정에서도 적극 활용됐다. 큐텐이 인수한 업체 가운데 보유 현금을 활용한 곳으로 알려진 회사는 위시(1억7300만달러·약 2300억원) 뿐이다. 나머지 인수 과정에선 현금으로 지불하는 대신 큐익스프레스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인수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큐익스프레스는 지난해부터 나스닥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심사를 받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시점은 올해 10월로 알려졌다. 올해 큐텐이 인수한 위시, AK몰의 계열사 편입이 완료되고 큐익스프레스의 물동량 증가가 드러날 2분기 실적을 확인한 후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큐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는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였다. 올해 상반기까지 큐텐의 M&A가 이어진 만큼 추가 밸류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이커머스 업계의 입지전적 인물로 통하던 구 대표의 이력과 나스닥 상장 경험 등을 토대로 큐익스프레스 상장 과정도 탄탄대로가 예상됐다.
IB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가 지금까지 닦아온 트랙을 기대하고 다수의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코로나 이후 쿠팡의 독주가 가속화된 가운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중국 알리·테무·쉬인 등이 가세하면서 큐텐 및 자회사들의 어려움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