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등락’ 더 심해진 새내기株…“적정 공모가 산정 필요”
by박순엽 기자
2024.05.16 05:30:00
상장일 가격 변동 폭 확대 후 첫날 종가 상승률↑
시초가 대비 주가 하락률도 확대…급등락 못 막아
IPO 시장 변동성만 키워…시장 침체 불러올 수도
공모가 산정 절차 필요…“다양한 방안 고심 필요”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정부가 기업공개(IPO) 직후 새내기주의 주가가 요동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을 확대한 후 오히려 이들의 주가 급등락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장일 가격 변동 폭을 확대한 지난해 6월 29일 이후 이날까지 11개월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한 70개 종목(스팩·리츠·이전상장 제외)의 평균 공모가 대비 상장 첫날 종가 상승률은 82.26%로 나타났다. 상장일 가격제한폭 확대 이전 1년간 상장한 66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 43.25%보다 크게 높아졌다.
미국과 홍콩 등 선진 시장에서 상장 당일 종가가 공모가와 1~5% 이내 차이를 보이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 IPO 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시장 과열로 새내기주의 상장 당일 주가 상승 폭이 커지면서 내림세마저 더 가팔라졌다는 점이다. 가격제한 폭 확대 이후 상장한 종목들의 평균 상장일 시초가 대비 현재 주가(14일 기준) 하락률은 31.66%로, 이전 1년간 상장한 종목의 평균 연간 주가(상장 1년 미만 종목은 현재 주가 적용) 하락률인 6.3% 대비 하락 폭이 크게 확대했다.
개별 종목으로 봐도 올해 초 상장한 현대힘스(460930)는 상장 당일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기록했지만, 상장 이튿날 곧바로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큰 변동을 나타냈다. 그보다 앞서 상장한 우진엔텍(457550) 역시 상장 당일과 이튿날 연속 상한가를 나타냈으나 2거래일 뒤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상장 초 주가가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새내기 종목이 상장 당일 적정한 균형가격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도입한 가격제한폭 확대 제도가 오히려 IPO 시장과 새내기 종목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가격제한폭을 확대해도 제도 초기 시장이 새내기주에 대해 보수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던 정부마저도 지난 2월 IPO 시장 동향을 분석하며 ‘공모주의 높은 가격 변동 위험을 고려해 신중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증권가에서는 가격제한폭 확대로 ‘따따블(공모가의 4배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IPO 시장이 과열했지만 변동성이 커지면 결국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IPO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며 투심이 사그라질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애초 공모가를 제대로 산정해야만 새내기주의 주가 급등락을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격제한폭 확대를 통해 공모주의 적정 가격을 발견하기 앞서 공모가에서도 적정 가격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공모가 희망 밴드(가격범위) 내에서 공모가가 산정되는 경우가 10% 미만에 불과한 상황이어서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공모가가 상단과 하단 사이에서 결정된 것은 전체의 4%에 그쳤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가가 저가로 책정되면 기업의 상장 자금 규모가 축소되니 주관사도 이에 신경을 쓰고, 투자자들도 공모가가 희망 밴드보다 높은 기업의 가치를 더 높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공모가가 기업 가치보다 높게 책정되면 결국 투자자가 손해를 보게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