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아들러·쇼펜하우어…서점가 철학서 열풍, 왜?[위클리 핫북]

by김미경 기자
2024.03.04 07:20:00

고된 현실, 위기의 시대
철학가의 말에 위로 받는 현대인들

철학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미움받을 용기’(사진=유노북스, 인프루엔셜 제공)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최근 철학서가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쇼펜하우어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3일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강용수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유노북스)는 지난해 9월 출간 이후 TV예능 프로그램 노출로 주목받은 뒤 지금까지 12주 동안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서점 집계에서도 1~2위를 다투고 있다.

이에 힘입어 쇼펜하우어 관련 도서 전체 판매량도 2013년 전년 대비 14.5배, 올해 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6.5배 폭증했다. 단순히 TV 예능으로 촉발된 ‘미디어셀러’ 효과를 넘어,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전하는 삶의 고통에 대한 통찰이 현시대 독자들의 녹록지 않은 현실에 울림을 주고 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철학서를 보면, 아들러부터 쇼펜하우어까지 다양하다. 대표 사례로 굴곡진 인생사와 병증에도 불구하고 ‘아모르 파티’(Amor Fati: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개념을 통해 삶을 긍정하고, 주도적으로 살아낼 것을 강조한 철학자 니체가 있다. 니체 관련 도서는 꾸준히 독자들에게 읽히고 있다. 2020년 방탄소년단 효과로 ‘BTS셀러’라 불렸다. 2022년엔 ‘마흔에 읽는 니체’(유노북스)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민음사) 역시 ‘BTS 셀러’ 효과를 톡톡히 봤다.

국내 아들러 열풍을 이끈 ‘미움받을 용기’(인플루엔셜)는 스테디셀러다. 아들러 심리학을 기반으로, 철저하게 개인의 변화와 용기를 강조한 책이다. 이밖에 공자, 노자, 장자 등 동양철학 사상가에 대한 관심도 꾸준하다.

예스24 관계자는 최근 철학서의 인기 흐름에 대해 “경쟁·권위의식·인간관계 등으로 피로도가 높은 한국 독자들의 정서를 건드림과 동시에, 사회 구조적 측면보다는 자기 내부에서 원인을 찾고 스스로 긍정적으로 변화하게끔 돕는 점이 주요한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