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항공 운항 넘어 엔진 정비까지..‘메가캐리어로 퀀텀점프’
by박민 기자
2024.01.17 05:30:00
[초격차 현장을 가다]<4>대한항공
국내서 유일하게 엔진 중정비 역량갖춰
1만3000개 부품 분해해 검사·재조립해
아시아나 통합시 '규모의 경제' 실현도
“항공MRO, 해외 의존도 낮추고 육성”
[이데일리 박민 기자] 지난달 말 찾은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에 자리한 대한항공 본사. 건물 내 격납고 향하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눈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의 광대한 공간이 위용을 드러냈다. 가로 180미터, 세로 90미터로 축구장의 약 1.3배 규모와 맞먹는 이곳 격납고는 바닥에서 천정까지 높이만 아파트 9층 높이인 25미터에 달했다. 그 거대한 크기에 걸맞게 보잉사 B737 기종 1대와 에어버스사 A220 기종 3대 등 총 4대의 항공기를 한 공간에 세워놓고 정비·점검이 이뤄지고 있었다.
김포 격납고에서는 항공기 유지·보수를 위한 일상적인 경정비에서 기체 내부 점검과 엔진, 랜딩기어 등 주요 부품까지 점검·수리하는 중정비까지 모두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연두색의 진에어 로고를 랩핑한 한 항공기는 날개 아래에 달린 엔진의 카울(엔진 보호 덮개)을 열고 복잡한 엔진 속살을 드러내며 점검을 받고 있었다. 맞은편의 대한항공 로고의 항공기는 비행기 내벽을 다 뜯어내 기체 내부 부식과 크랙(금), 전자계통 부품 이상 유무 등을 점검했고, 다른 항공기는 기체 맨 앞에 코처럼 튀어나온 부분인 노즈 레이덤(Nose Radom)를 완전히 떼어내 기상레이더와 각종 센서장치 등의 정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 지난달 11일 대한항공 김포 격납고에서 대한항공 소속 A220 기종이 기체 정비를 받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박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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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1일 대한항공 김포 격납고에서 대한항공 소속 A220 기종이 항공기 앞 부분 노즈 레이덤(Nose Radom)를 떼어내 기상레이더와 각종 센서장치 등의 정비를 받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박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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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1일 대한항공 김포 격납고에서 정비를 위해 탈거한 엔진 카울(보호 덮개)이 진열돼 있다. (사진=이데일리 박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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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사 1위인 대한항공이 운항 이외에도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초격차를 나타내는 분야가 바로 항공정비(MRO, Maintenance 유지·Repair 수리·Overhaul 점검)다. 항공 MRO는 항공기의 안전운항과 성능유지를 위한 운항과 기체, 부품, 엔진 등의 정비를 총칭하는 말이다. 대다수 항공사들이 일상적인 운항정비를 비롯한 경정비는 직접 수행해도 엔진과 랜딩기어 등의 핵심부품 중정비는 외국 정비업체에 의존하는 편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자체 정비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직접 수행하고 있다.
특히 정비의 꽃이라 부르는 엔진까지 완전히 분해해 점검·수리하는 ‘엔진 오버홀(Overhaul)’이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가능하다. 대한항공의 초격차 경쟁력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엔진 중정비는 1만3000여 개에 달하는 부품을 완전히 분해해 비파괴 검사 및 부품 교환 등을 거쳐 재조립하고, 성능 테스트까지 거치는 전 과정을 말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사 보유 B737, B777, B747-400, A330, A321 항공기의 엔진을 자체 엔진 정비공장에서 중정비하고 있고, 자사와 위탁받은 다른 항공사 엔진까지 합하면 지난해 말까지 5000여대에 달하는 정비 기록을 세운바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69년 3월 1일 창립한 대한항공은 1972년부터 엔진정비소를 시작으로 현재의 항공 MRO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곳 김포 격납고를 비롯해 인천(격납고·엔진테스트셀)과 김해(부산 격납고), 부천(엔진정비공장) 등 총 5곳의 정비기지를 보유하고 있고 정비본부 인력만 약 3000명에 달한다. 이를 통해 항공기·엔진 정비와 부품 수리는 물론 부품 공급·임대와 기술 컨설팅, 항공기 도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MR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수한 정비 관리를 인정받아 우리나라(국토교통부)를 비롯해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 중국 민용항공국(CAAC) 등 10여곳 감항(堪航)기관으로부터 인증도 획득했다.
| 대한항공 김포 격납고에서 정비를 받고 있는 항공기 모습. (사진=대한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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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정비사들이 B747F 화물기의 엔진을 점검하고 있다.(사진=대한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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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추진중인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 성공 시 시너지가 기대되는 사업 분야 중 한곳도 바로 MRO다. 두 항공사가 통합하면 아시아나항공과 산하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의 엔진 및 부품정비도 대한항공이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21년에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프랫앤휘트니 PW4090 엔진 22대에 대해 5년간 정비 계약을 따낸 적이 있다. 당시 수주 금액만 2억6000만달러(한화 3420억원)로 국내 항공사간 최대 규모의 정비 계약으로 꼽힌바 있다. 합병시 아시아나항공기 전량으로 물량을 확대할 수 있어 MRO 사업은 더욱 커지게 된다.
대한항공은 제너럴일렉트릭(GE), PW 등 엔진 제작사와 해외 항공사들로부터 정비 품질을 인정받아 2004년부터 타 항공사 엔진 사업도 수주해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를 비롯해 국내 타항공사들의 정비물량까지 수주할 경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 항공 MRO 산업은 기반이 취약해 국내 정비수요의 약 46%가 해외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며 “당사와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시 자체 정비물량 확대로 MRO 사업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국부유출을 막고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세계 항공시장이 가파르게 회복하고 있어 항공MRO 시장 규모는 급성장할 전망이다. 항공기 사양이 고도화하면서 항공기 점검과 보수에 대한 수요도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영자문업체 올리버와이만(Oliver Wyman)은 2023년 939억달러 수준인 세계 항공MRO 시장 규모가 2033년엔 1253억달러(한화 약 160조원)에 이를 것이라 내다봤다. 이에 항공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2025년까지 국내 MRO 정비물량 중 70%를 국내에서 처리하고, 2030년까지 국내 MRO 시장규모를 5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추진 중에 있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시장에서 엔진정비 분야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에 엔진정비 클러스트도 구축하고 있다. 오는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인천 영종도에 6만211㎡(약 1만8213평) 규모로 △항공엔진테스트시설 △항공정비동 등을 갖춘 엔진정비 신공장을 짓는 중이다. 앞서 영종도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기 엔진 테스트 시설을 갖춰 운영중이다. 향후 신공장 준공 시 부천의 엔진정비공장도 이곳으로 이전해 연간 300대 이상의 엔진 정비능력을 갖춘 항공기 엔진정비 클러스터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한항공이 취급할 수 있는 엔진 종류도 기존 6개에서 10개로 늘어난다. 수출 효과는 연간 600억원, 직접고용 인원은 1000명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