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진 초전도체株 마지막 불꽃…'믿음' 못 버리는 개미

by이정현 기자
2023.09.21 06:10:00

LK-99 학계 판단 및 고점 시그널에도 개미 ‘사자’ 지속
5거래일간 9%대↑…외국인은 물량 털기
“과학계서 아니라는데 성장 가능성 판단 무의미”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국내 한 연구소가 상온상압 초전도체라 주장한 ‘LK-99’ 등장 이후 등락을 거듭하던 초전도체 테마주가 사실상 재료 소멸 구간에 진입했음에도 개미들의 투심은 꺼지지 않고 있다. 과학계에서 LK-99를 초전도체라 부를 만한 특성이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고 있는데다 테마주의 고점 시그널 중 하나인 자기주식 처분 공시까지 나왔으나 종목토론방을 중심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하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초전도체 테마주의 대장주로 분류되는 신성델타테크(065350)는 전거래일 대비 0.40%(200원) 오른 5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2%대 하락하며 4만9900원에 장을 마감한 지 하루 만에 5만원대를 회복했다.

전날 자기주식 20만주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하며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장 초반 5만2400원까지 오르는 등 되레 선전했다. 자기주식 처분은 통상 악재로 분류되나 단순 운영자금 확보가 아닌 2차전지 관련 사업 및 로봇사업 연구개발(R&D) 투자 재원 확보가 목적인 게 긍정적으로 해석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은 이날 종가에 할인율 4.9%를 적용한 4만7645원이며 내달 20일까지 시간외대량매매로 처분한다.

신성델타테크는 지난 14일부터 5거래일간 9.39% 오르며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주포는 개미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신성델타테크 주식을 6500억원어치 매수했으며 순매수 금액은 9억원가량이다.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물량이다. LK-99 등장 및 초전도체 테마 열풍이 불던 7월 당시 12.07%까지 올랐던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8.09%까지 떨어진 상황이다.신성델타테크는 LK-99를 내놓은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지분을 일부 보유한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의 최대주주로서 초전도체 테마주 대장주로 분류됐다. 초전도체 테마주가 부각하기 시작한 7월 이후 함께 급등한 덕성(004830)과 원익피앤이(217820), 파워로직스(047310) 등이 재료 소멸로 주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으나 신성델타테크만은 강세를 이어왔다. 8월 중순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는 중이긴 하나 학계로부터 LK-99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주가가 오르는 기현상이 반복되는 중이다.



지난 14일 한국초전도저온학회 LK-99 검증위원회는 서면브리핑에서 경희대 에너지소재양자물성연구실, 부산대 양자물질연구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3곳이 진행한 LK-99 재현실험 결과 초전도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엔 서울대 복합물질상태연구단, 한양대 고압연구소, 부산대 양자물질연구실, 포항공대 물리학과 연구팀 등이 초전도성이 없다고 분석했으며 같은 달 16일에는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이처럼 학계에서 LK-99의 실현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음에도 개인투자자의 신뢰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종목토론방을 중심으로 “LK-99의 초전도성이 곧 입증될 것이며 주가도 따라서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검증위가 이달 말까지 재현 실험을 진행하고 다음 달 중 최종 결과를 발표하기로 한 만큼 계속해서 논란이 이어질 수도 있다.

증권가의 전망은 회의적이다. 상온 초전도체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 만으로 주가가 오른 만큼 재료가 이미 소멸됐다는 것이다. 신성델타테크의 경우 7월 초만해도 주가가 1만원대 초반대였으나 LK-99가 화두에 오른 후 6만원대 후반대까지 치솟았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초전도체 테마주가 형성한 발단인 LK-99가 상온 초전도체가 맞느냐에 대한 판단이 과학계로부터 나오고 있는 마당에 관련 종목의 성장 가능성을 증권가에서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새로운 재료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관련 테마주의 우상향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