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클리닉]음식 못 삼키고 툭하면 사레... 원인 다양한 연하장애 '맞춤진단' 필수

by이순용 기자
2023.08.23 06:33:24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연하장애 클리닉,
성인 및 소아 재활의학과 전문의, 전문 언어·운동·작업 치료사 다학제 치료 제공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연하(삼킴)장애는 구강 내의 음식물이 효과적으로 위장관으로 전달되지 않거나 연하 경로 이외로 음식물이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노인들은 ‘요즘 식사할 때 자주 사레가 들려요’, ‘음식을 삼킬 수가 없어요’라고 다양한 증상으로 연하장애를 표현하기도 한다.

가벼운 연하장애는 탈수를 일으키지만, 증상 없이 음식물이 지속적으로 기도로 넘어가게 되면 흡인성 폐렴이 발생하여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영유아의 연하장애는 발달지연이나 신경근육질환으로 식이를 못해 병원을 찾기도 한다.

◇흡인성 폐렴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연하장애의 대표적인 발병 원인은 뇌졸중이다. 뇌졸중 환자가 연하장애를 겪게 되면 흡인성 폐렴이나 영양 불균형을 유발해 장기적으로 안 좋은 예후를 가져온다. 나이가 들면서 음식물을 삼키는 기능은 점점 감소하게 되며, 연하 중 후두의 움직임이 특히 감소해 흡인이 증가하는 노인성 연하장애도 원인 중 하나다.

노인성 질환인 파킨슨 병과 치매는 이러한 삼킴 근육에 더욱 많은 변화를 유발해 연하장애가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파킨슨병 환자가 식사 시 불편감을 호소하지 않더라도 검사에서 우연히 연하장애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파킨슨 환자의 연하장애 무증상 환자의 15-20%에서 이미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기 시작한다는 보고가 있다. 파킨슨 환자의 음식물 삼키는 속도와 양은 병의 진행할수록 감소하며, 연하 장애에 의한 폐렴이 흔한데, 이는 환자의 주된 사인이 되므로 적극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암 혹은 항암치료 등에 의한 말초신경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인후부 근육 조절이 악화돼 사레가 들리고, 검사상 침투와 흡인이 관찰된다. 일부 암에서는 신경근육연접부가 침범되는 렘버트이튼증후군이 나타난다. 암이나 이 증후군은 호전되어도 연하장애가 남아서 환자를 힘들게 하는 일이 빈번하다. 경추의 퇴행성 변화 혹은 경추 수술로 인한 척추 정렬 변화도 연하장애의 원인이 된다.

◇ 영유아, 빨기· 연하· 호흡양상 꼼꼼히 체크

태아의 연하는 태생기 10주 정도에 처음으로 관찰되며, 대부분의 태아는 34주 이후에 태어난다면 젖 빨기와 연하로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구강으로 수유가 불가능해 장기간 목구멍이나 콧구멍으로 가느다란 고무관을 넣어 음식물을 소화기관으로 바로 공급받는 영아는 연하 및 저작(씹기) 기능의 발달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소아의 연하장애는 뇌성마비, 뇌종양 등에 의한 중추신경계, 호흡기계의 문제, 기타 유전질환 등에 의한 저긴장증, 선천적 구조적 이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빨기, 연하, 호흡 양상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를 시행하고, 적절한 자세로 안전하게 식이를 하는지, 영양분의 공급을 통하여 적절하게 체중이 늘어나는지 확인한다. 구강 자극 등을 통한 연하재활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연하장애는 일반적으로 비디오 투시 연하검사(Videofluroscopic swallowing assessment)로 진단한다. 물이나 액체, 요플레와 같은 점도 있는 액체, 부드러운 고형식으로는 보통 바나나, 딱딱한 고형식으로는 쿠키를 이용하여, 직접적으로 식이를 촬영하여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영상검사가 용이하지 않다면 임상평가인 ‘만 연하검사(Mann Assessment of Swallowing Ability)’ 등의 검사로 대체하기도 한다.



연하 치료로는 신경조절치료, 전기 치료, 연하 작업 치료 및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환자의 질환, 검사 소견 및 뇌병변을 고려해 연하 치료에 대한 계획을 잡는다. 환자에 따라 적절한 자세 교육, 식이 변경, 점도 변경에 대한 계획을 재활 치료의 한 부분으로 개별화하여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흡인은 없으나 음식을 입안에서 조절하지 못하여, 침흘림이 심한 경우에는 보튤리늄 독소주사를 통해 침샘을 차단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입안, 혀 및 목안의 근육들의 마비, 혀 및 인후부 감각 저하 및 근육 움직임의 부조화를 치료한다. 약물치료로 인지를 회복시키고, 반복적 뇌 자기자극 등의 신경조절치료로 대뇌 피질의 활성도를 조절한다.

감각자극 및 근육 움직임을 유도하는 연하지료와 인후부 및 혀 뒤쪽의 근육을 강화하는 전기자극을 통해 흡인을 감소시키게 된다. 또한, 연하 근육의 강화운동으로 설근을 강화하는 마사코운동이나, 설골의 움직임을 증가하는 등척성 두부거상운동을 환자가 시행하게 함으로 인후부 연하를 촉진시키기도 한다.

구강 감각 훈련은 음식물에 대한 각성을 증가시키고, 삼킴 운동 조절을 향상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시거나 찬 물질은 구강 내 이동 시간 및 삼킴 시작 시간을 향상시키고 이차적으로 흡인이나 침습의 감소를 유도한다. 이러한 감각 자극은 보호자가 식사 시 적용하기 용이해 보조적 치료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연하장애 클리닉은 나이 및 원인에 따라 2명의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원인 모를 연하장애도 다학제적 접근으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계획한다. 신경조절치료, 약물치료, 기능적 연하전기치료, 연하작업치료 등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치료를 연하장애 치료 전문가 팀과 같이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한, 재활치료실에는 소아연하재활 전문작업치료사 및 성인연하재활 전문작업치료사가 환자의 검사 소견에 따라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며, 언어치료사와 운동치료사가 호흡 및 발성 훈련을 맡아 연하재활의 효과를 극대화 하고 있다.

소아 발달 전문가인 재활의학과 박혜정 교수는“소아 시기의 연하장애는 성장 및 발달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데 영향을 주므로, 적극적으로 원인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인 연하재활환자는 세계 최고 학술지 NEJM에 국내 재활의학과에서 처음으로 ‘척추수술을 받은 후 연하장애 원인’을 밝힌 재활의학과 임성훈 교수가 담당하고 있다. 임 교수는 “척추 수술하는 의료진이 문제를 인식 하면서 수술 후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일은 줄어들었지만, 현재까지도 노화와 경추의 퇴행성 변화 자체로 인한 연하장애는 아직은 간과되기 쉽기 때문에, 노인에서 뇌 등의 문제가 없는데 사레가 자주 들리는 등의 변화가 있다면 반드시 이에 대한 확인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연하장애 클리닉 의료진이 연하장애를 진단받은 환자의 검사 영상을 보며 치료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