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중립국' 전통 깬다…스웨덴, 나토 가입 초읽기(종합)

by김정남 기자
2023.07.11 07:26:42

반대하던 튀르키예, 전격 입장 선회
"스웨덴의 나토 비준안 빠르게 처리"
스웨덴 '200년 중립국' 역사 깨진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절차를 가능한 한 빨리 진행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답보 상태에 빠졌던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년 중립국’ 스웨덴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나토 가입을 추진해 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가운데)이 지켜보는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오른쪽)가 10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3자 회담을 한 이후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회담을 한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튀르키예 의회에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진행하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스웨덴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200년 넘게 유지했던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핀란드와 함께 같은 해 5월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다. 스웨덴은 나폴레옹 전쟁(1803~1815) 이후 중립국을 선포한 뒤 200년 이상 그 위치를 지켜 왔다. 70여년의 핀란드 중립국 역사보다 세 배 가까이 긴 기간이다. 그런데 핀란드는 기존 30개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 11개월 만인 지난 4월 31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지만, 스웨덴은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반대로 합류하지 못했다. 나토에 새로 가입하려면 기존 회원국의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언급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보류해 왔던 의회 가결 절차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의미다. 의회의 비준안 가결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위한 마지막 절차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그와 튀르키예, 스웨덴 양국 정상은 공동 성명에서 “튀르키예는 스웨덴 가입 비준안을 의회에 전달할 것”이라며 “의회에 긴밀히 협력해 비준을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의회 상정 시한은 명시하지 않았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답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동안 스웨덴이 반(反)튀르키예 무장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 조직원들을 숨겨주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PKK는 튀르키예가 테러단체로 지정한 곳이다. 아울러 최근 스웨덴에서 벌어진 이슬람경전 쿠란 소각 시위 등도 문제 삼았다. 그는 자국인 튀르키예와 관련한 사안을 두고 특정 나라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나토 만장일치 의사결정 과정에서 번번이 제동을 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나토의 이단아’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날 합의 과정에서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갑자기 자국의 ‘유럽연합(EU) 가입 절차 재개’ 협조를 선결 조건으로 요구하면서, 또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불거졌다.

다만 이날 나토 중재로 이뤄진 양국 정상간 합의는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을 32번째 회원국으로 맞는 건 물리적인 시간 여건 탓에 불가능하지만, 추후 가입 가능성에는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튀르키예와 함께 난색을 표했던 헝가리 역시 곧 관련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헝가리는 가입 비준안을 가결하는 마지막 국가가 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튀르키예가 입장을 정리했으니, 헝가리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두고 성명을 통해 “유럽과 대서양 방위 강화를 위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스웨덴의 조속한 나토 가입을 희망한다며 강하게 압박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일 에르도안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한다고 백악관은 전했다.